홍콩의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성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 디지털 자산 허브로 성장하려는 홍콩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 6개는 출시 2주 만에 2억93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로 자산 규모가 줄어들었다. 출시 후 기대감에 자금을 넣었던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미국의 블랙록(BlackRock Inc.)과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Fidelity Investments)가 출시한 비트코인 ETF의 흐름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 비트코인 ETF는 1월 출시 후 121억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으며 자산은 550억 달러까지 운용 규모가 확대됐다. 미국 비트코인 펀드의 열기는 암호화폐 시장 강세를 이끌었고 비트코인 가격은 3월 사상 최고치인 7만3,978달러를 기록했다.

홍콩 ETF의 저조한 성과에 대해 시장에서는 디지털자산 허브로 발돋움하려는 홍콩 당국의 야망에 차질이 생겼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콩은 현재 싱가포르와 두바이와 경쟁하며 암호화폐 허브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반체제 단속 이후 투자 매력이 떨어진 홍콩을 현대 금융 중심지로 다시 부각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된 중국 본토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란 해석도 나왔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와 관련, 오로스(Auros)의 거래 책임자 레 시(Le Shi)는 “미국에 비해 출시 시점이 늦었고, 중국의 암호화폐에 대한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ETF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접근이 제한된 상품이라는 점도 투자자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중국자산운용의 현지 회사 하베스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Harvest Global Investments Ltd.)와 해시키키 캐피탈(HashKey Capital Ltd.) 및 보세라 자산운용(Bosera Asset Management) 간의 파트너십으로 4월 30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가 홍콩에 상장됐다. 다만, 이 펀드는 중국 본토 투자자의 참여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 상황이 변경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최종 평가는 시기상조며 홍콩 금융시장이 미국에 비해 작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ETF 애널리스트 레베카 신(Rebecca Sin)은 “홍콩 금융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해당 ETF의 총자산이 2억 5천만 달러를 넘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며 “생태계가 발전함에 따라 더 많은 참여자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향후 2년 동안 포트폴리오가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