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는 '5조원 철퇴'를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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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는 '5조원 철퇴'를 이겨낼 수 있을까

출처=셔터스톡

미국 법무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와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법무부가 언급한 바이낸스와 자오창펑(창펑자오·CZ)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혐의는 한두 건이 아니었으며, 이에 대한 벌금 역시 엄청난 규모였다. 바이낸스는 송금법, 미국 내 제재 위반으로 43억달러(약 5조6000억원)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낸스를 만들고 세계적인 거래소로 키웠던 자오창펑(창펑자오·CZ)는 이번 결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법무부(DOJ)가 바이낸스를 기소할 것이라는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 사건을 수사 중이었던 연방 검찰의 기소로 인해 바이낸스 고객들이 패닉에 빠져 자금을 대량으로 인출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엔 공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업계 전체에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수 있는 뉴스가 연이어 보도되기도 했다.

바이낸스의 혐의 인정이 시장에 가져온 여파는 작지 않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각) 기준 디파이라마의 중앙화거래소(CeFi·씨파이) 대시보드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인출된 금액은 5억6680만달러(약 7358억원)에 달했다.

바이낸스 거래소의 보유 자산을 자발적으로 증명하는 '보유자산 증명'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650억달러(약 7358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디파이라마는 이를 684억달러(약 89조원)로 추정했다.

고객들의 돈을 불법 유용해 몰락한 FTX와 달리 바이낸스의 재무는 건전한 편이다. 바이낸스의 순 잔액은 고객에게 지불해야 할 금액보다 많은 상태로, 바이낸스의 모든 고객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모두 출금해도 바이낸스는 망하지 않는다.

그만큼 바이낸스의 수장인 자오의 상실감을 클 것이다. 그는 단순히 CEO가 아닌 바이낸스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낸스의 리더로서 팬, 지지자, 사용자들과 비유적인 언어로 소통해 왔고, X(트위터)를 통해 바이낸스에 대한 퍼드(FUD)를 잠재우기도 했다. 퍼드란 두려움(Fear), 불확실성(Uncertainty), 의심(Doubt)을 가리키는 축약어(abbreviation)다.

올해에도 바이낸스와 관련한 나쁜 소식이 계속 전해졌을 때 자오는 '4'라는 숫자 하나를 트윗에 올렸다. 숫자 '4'는 자오의 FUD를 무시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자는 그의 네 가지 원칙을 상징하는 것이다.

지난 화요일, 자오는 자신의 X를 통해 "물론 감정적으로 내려놓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난 실수를 저질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 커뮤니티와 바이낸스, 그리고 나를 위한 최선이다"라고 밝혔다.

자오는 개인적으로 2억달러(약 2600억원)의 민형사상 벌금을 물게 됐다. 물론 이 2억달러라는 숫자는 순자산만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크립토 억만장자에게 작은 대가일 수 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 출처=바이낸스자오창펑 바이낸스 CEO. 출처=바이낸스

 

규제 조치에 익숙하지 않은 바이낸스는 발 빠르게 비상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자오창펑(CZ의) 후계자로 알려진 리처드 텅 지역시장책임자를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 이같은 빠른 조치는 자오가 향후 짧게는 18개월 길게는 10년까지 미국 연방 교도소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혼란을 예방할 수 있는데 효과적인 해결책이 된다.

중국 정부의 규정에 따라 자오는 최소 3년 동안 바이낸스에 관여할 수 없지만, 비공식적인 자오의 공동 창업자인 허이 바이낸스 최고 고객서비스 책임자(CCO)를 통해 바이낸스와의 비공식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모로 바이낸스는 쉽게 빠져나갔다. 물론 막대한 벌금이 남아 있지만, 장부상으로는 생존을 위한 자금이 확보돼 있다. 또 바이낸스는 독립적인 모니터를 임명하고 미국 정부에 규정 준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컨센시스의 수석 변호사 빌 휴즈는 이것이 미국 범죄 수사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현재 존재하는 모든 바이낸스 거래 기록은 거래소 설립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법 집행기관이 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거래소를 통해 불법 자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보여줄 것"이라며 "법 집행 기관은 거래소 블랙박스 내부의 불법 자금 흐름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온체인에서 찾을 수 있는 불변의 거래 기록과 비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낸스가 규제 당국의 선처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벌금을 지불하고 규정을 준수하면, '다모클레스의 검'처럼 거래소를 옥죄었던 다년간의 범죄 수사를 종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낸스가 설립된 2017년 중국에서 쫓겨난 이후 사실상 떠돌이 생활을 해 온 자오는 마침내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프랑스, 네덜란드, 사이프러스(키프로스) 등 바이낸스 영업 허가를 거부하거나, 자체 규제 조사를 개시했던 유럽 국가들이 바이낸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것이다. 바이낸스는 여러 상황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면에서는 성장했고, 다른 업계는 후퇴했다.

바이낸스는 라이벌 FTX의 붕괴로 경쟁사의 고객들을 흡수하며 이득을 본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다. CEO로서의 첫 공개 발표에서 텅 바이낸스 신임 CEO는 바이낸스 거래소가 1억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와 수천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낸스가 거의 모든 암호화폐 분야의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탈중앙금융(DeFi·디파이) 체인 중 하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분야에도 진출했다고 발표했다.

완전한 보험은 없지만, 이 거래소는 여전히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여러 가지 금융법 위반 혐의로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등 해결하지 못한 다른 장애물도 있다.

지난달에는 바이낸스US가 이용 약관을 수정하며 사용자가 스테이블 코인을 제외하고는 플랫폼에서 직접 달러를 인출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런 불편함이 고객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거래소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바이낸스는 어떤 의미에서 암호화폐의 카우보이, 즉 서부의 개척자 정신을 구현했기 때문에 사랑 받아 왔다. 법무부 조사, 전례 없는 벌금, 거래소 전 CEO의 수감 가능성이 바이낸스의 고객들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또 바이낸스 범죄의 규모가 가장 강경한 암호화폐 아나키스트들 사이에서도 바이낸스의 평판을 더럽힐지 여부도 미지수다.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바이낸스 플랫폼은 테러 자금 조달부터 랜섬웨어 활동, 아동 포르노, 각종 사기 및 사기에 이르기까지 정말 끔찍한 일들을 조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다행히도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바이낸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며, 그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이전에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바이낸스는 성명을 통해 "오늘 바이낸스는 지난 장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 말은 바이낸스가 계속해서 '기업'으로 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할 말일 것이다. '모범생이 된 바이낸스'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문이 있다.

'바이낸스는 마침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 바이낸스여도 고객들의 마음 속에 자리할 수 있을까?'

다니엘 쿤은 특집 전문 기자이자 코인데스크 레이어2 논평 편집자로, ‘더 노드’ 뉴스레터에서 매일 뉴스를 전하고 일주일에 두 번 칼럼을 작성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유 중이다.

원문: 김제이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번역·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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