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정훈 전 의장의 법정 공방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현재 빗썸은 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와의 인수 협상도 진행되고 있는 데다가, 금융당국의 종합검사도 앞둔 상황이다.

2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빗썸코리아)의 최대 주주인 비덴트는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신청한 비덴트 소유의 빗썸홀딩스 주권 가압류 신청에 대한 결정문을 전달 받았다고 지난 23일 내용을 공시했다. 원고는 싱가포르인 김병건으로 BK그룹 회장이다.

◆이정훈 전 의장 소송전 다시 수면 위로…비덴트 “우리와는 무관”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과 김병건 회장의 소송전은 빗썸의 해묵은 갈등 중 하나다. 지난 2018년 10월 이 전 의장과 김 회장은 BK컨소시엄의 비티씨코리아홀딩스의 지분 50%+1주를 40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했다. BK컨소시엄은 싱가포르 소재의 BK그룹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 그룹이다.

인수 계약 당시 이 전 의장은 김 회장에게 빗썸 인수 대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BXA 코인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BXA는 김 회장이 이끌었던 블록체인 회사로, 김 회장이 BXA 코인을 발행한 뒤 빗썸에 상장해 시세 차익을 이용해 대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에 김 회장은 계약금 1억달러(약 1120억원)를 지불했지만, BXA 코인 상장은 이뤄지지 않아 잔금이 치루지 못했다. 이로 인해 BK그룹의 빗썸 인수는 무산됐고 2020년 7월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비덴트 측에서는 이번 가압류 결정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과거 빗썸 인수 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계약금 1억달러를 납부한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추가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사건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비덴트는 입장문을 통해 “이 전 의장과 김 회장 사이에서 벌어진 법적 공방에 당사는 아무런 채무 관계가 연루되거나 개입된 바가 없다”며 “현재 본 소송에서도 김 회장측은 회사의 임직원 중 누가 어떤 방법으로 이 전 의장과 공모해 손해를 가했는지 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빗썸코리아(전 비티씨코리아)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인 비덴트(34.22%)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지분도 10.22% 보유하고 있는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이 BTHMB홀딩스를 통해 10.7%, 싱가포르 법인 디에이에이를 통해서 29.98%와 개인 지분과 우호 지분 약 25% 등을 합해 빗썸홀딩스 지분 65.7%가량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실질적인 주인이 되는 셈이다.

아울러 비덴트는 빗썸홀딩스 주권과 관련해 주식 매입에 필요한 비용을 이미 지불 완료한 상태로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분 인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법적 공방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빗썸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졌다. 통상 법률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이 진행될 경우 이는 회사 가치의 할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빗썸은 이전 여러 차례의 매각에서 시장 눈높이 대비 높은 몸값을 제시해 매각이 무산됐다고 알려진 걸 고려하면 이번 협상 역시 무산되거나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다음 달 빗썸 종합검사 실시

아울러 다음 달 초 예정된 빗썸의 종합검사도 큰 숙제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지난 2월 말 코인원을 시작으로 고팍스, 업비트(두나무) 등 체급을 키워가며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해당 거래소에 상주하며 10명 안팎의 금융당국 인력들이 실사도 진행했다. 업비트 현장 검사가 지난 5월 중순께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3개월 만에 네 번째 종합검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빗썸은 지난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 역시 주요 거래소 중에서 가장 늦게 됐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6일, 코빗은 10월20일, 코인원은 11월25일에 신고서 수리증 수령했다. 빗썸은 가장 늦은 12월2일에 신고수리증을 교부받았다.

업비트가 사업자 신고서를 가장 빨리 제출해 덩치에 비해 비교적 수리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코빗과 코인원은 지난해 9월10일 빗썸은 그보다 빠른 지난해 9월9일에 사업자 신고서를 접수했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실제로 빗썸은 신고서 수리 과정에서 한 차례 신고수리가 보류된 적 있다.

당시 금융당국 측에서는 빗썸에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어 서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보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코인원, 고팍스, 업비트를 거치며 종합검사로 체력을 키웠기에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한 빗썸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빗썸 관계자는 “종합검사에 대한 대략적인 안내는 들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그간 업계 사례를 보면 빗썸의 현장 검사도 수 주에 걸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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