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됐던 김치코인들이 국내 거래소에 컴백하고 있다. ‘상장 폐지(상폐) 1년 후 재상장’이 업계 공식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다만 상폐 사유가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 속 복귀란 점에서 투자자 보호 논란이 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위믹스와 함께 대표 김치코인으로 꼽히는 페이코인(PCI)이 최근 국내 원화거래소 2곳에 신규 상장 및 재상장됐다. 지난해 4월 업비트(BTC 마켓)와 빗썸, 코인원 등에서 상폐된 지 1년 만이다. 페이코인은 전자 결제 기업 상장사인 다날의 자회사 페이프로토콜이 발행했다.

◆페이코인, 위믹스 따라 1년 만에 ‘국내 복귀’

복귀 신고식은 업계 4위 코빗에서 치렀다. 코빗은 페이코인이 상폐된 지 딱 1년 만인 지난 14일 신규 상장을 발표했다. 앞서 페이코인은 코빗에 상장된 바 없다.

이어 업계 3위 코인원이 나섰다. 코인원은 코빗이 신규 상장한 지 5일 만인 지난 19일 페이코인 거래를 지원했다. 코빗과 달리 재상장 형태다.

김치코인의 국내 복귀는 페이코인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위믹스 역시 지난해 12월 상폐된 지 1년 만에 업비트를 제외한 모든 국내 원화거래소에 재상장됐다.

이들의 컴백 시점이 ‘상폐 1년 뒤’인 이유는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닥사, DAXA)가 설정한 유예 기간 때문이다. 앞서 닥사는 지난해 3월 마련한 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통해 재상장 유예 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현재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모두 닥사 회원사다.

◆업계 3·4위만 재상장 러시?…투자자 보호 논란도

같은 회원사란 이유로 상폐 이후 대응이 동일하지는 않다. 각 거래소 기치에 따라 재상장 여부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업계 3·4위인 코인원과 코빗은 김치코인 재상장에 유독 적극적이다. 거래량 확보에 유리한 김치코인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실제로 업계 4위 코빗은 위믹스 상장을 통해 3위 코인원 거래량을 한때 제친 바 있다.

이번 페이코인 재상장도 마찬가지다. 위믹스와 달리 상폐 사유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음에도 이들만 빠르게 재상장을 진행한 것이다. 현재 업계 1·2위인 업비트와 빗썸은 페이코인 재상장을 하지 않은 상태다. 위믹스의 경우 빗썸만 재상장을 진행하고, 업비트는 여전히 거래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앞서 페이코인은 국내 결제 사업 종료를 사유로 상폐된 바 있다. 이후 현재도 국내 사업은 불가한 상태다. 페이프로토콜은 해외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불투명한 사업성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A씨는 “위믹스는 재상장을 앞두고 게임 사업을 기반으로 기대감을 실어준 반면에 페이코인은 여전히 불가능한 국내 결제 사업에 따라 사업성을 논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사업 지속성 측면에서 매력이 반감돼 김치코인 특유의 파급력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관계자 B씨는 “페이코인은 국내 결제 사업을 이유로 금융당국의 반감을 샀던 프로젝트”라며 “미운털이 박혔던 가상자산을 유예 기간 직후 곧바로 재상장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위험한 행위”라고 진단했다.

이어 “점유율 확대도 중요하지만 상폐 사유가 해소됐는지 검증이 덜 된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재상장하는 것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가상자산 상장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투자자 보호에 우선한 상장 기준을 토대로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해킹 이력이 있는데 사고 원인이 파악되지 않거나 해결되지 않은 경우 재상장이 불가능한 조항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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