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고래가 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하나는 낡은 사슬을 끓기 위해 새로운 사슬에 묶인 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사슬로 낡은 사슬에 견고함을 더하려는 자들이다.”

# 블록체인이라는 사슬
디지털 자산 시장에는 메타 웨일(Meta Whale)만 있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 이래 현실과 전자적 자유 사이에서 사이퍼(Cypher) 세계를 갈망하던 그룹이죠. 이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사슬로 스스스를 묶었습니다.

비트코인 1만 개를 피자와 바꾼 사람들입니다. 도지코인을 만들었고, 제네시스 블록에 헌정한 코인베이스라는 거래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은 컴퓨터하는 애들의 장난감”이라는 놀림을 받았죠. 논현동 고갯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논스와 해시 값을 가지고 씨름하던 사람들입니다.

메타 웨일이 디지털 자산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 지갑에 필적하는 대형 지갑이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죠.

# 스마트 웨일(Smart Whale)의 등장
테슬라가 15억 달러 비트코인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 당연히 일론 머크스가 있었겠죠. 테슬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도 보고가 됐습니다. 감사위원 중 한 명이 제임스 머독입니다. 머독? 맞습니다. 루퍼트 머독의 아들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수 언론사를 거느린 뉴스코프의 후계자. 세계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파워 엘리트.


머스크가 트윗으로 농담이나하는 관종 같지만, 재미 삼아 15억 달러를 쓰지는 못합니다. 레거시 금융, 레거시 산업에도 거버넌스 시스템이 있어요. 머스크가 커피 먹은 다람쥐처럼 날뛰도록 테슬라 이사회나 감사위원회가 가만 있지는 않습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은 제임스 머독 같은 기존 체제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세심한 검토 끝에 이뤄진 것입니다. 왜 금이나 금ETF가 아니고 비트코인을 먼저 샀는냐를 주목해야합니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 기존의 사슬로는 리얼 월드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본거죠. 이들이 낡은 사슬을 휙 집어던지고, 비트코인으로 전향하지는 않아요. 새로운 사슬로 낡은 사슬을 보강하는 겁니다.

‘보강’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고래가 될 수 있습니다. 파워 스마트 웨일(Power Smart Whale)입니다.

# 옐런 코멘트의 배경
기존 체제의 상징, 기득권의 보호자가 누굽니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죠. 이 분이 뉴욕타임즈 웨비나에서 발언한 것이 비트코인 조정의 출발점입니다. 지난주 뉴스 중에 진짜 중요한 뉴스는 워싱턴포스트 칼럼입니다. 옐런 코멘트의 배경이니까요.


칼럼 앞부분은 비트코인에 대한 작은 존경이 담겨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달러의 적수가 아니다”가 결론이지만요. 그러면서 “문제는 기업, 헤지펀드, 부유층이 주도하는 이런 랠리가 우리 모두에게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썼어요. 옐런 장관보고 비트코인을 주시하라고 주문합니다.

기업 : 테슬라, 페이팔, 마이크로태크놀로지
헤지펀드 : 아크인베스트먼트, 구겐하임 파트너스
부유층 : 일론 머스크, 그레이스케일 펀드에 가입한 부자들

이들이 스마트 웨일입니다. “다수 미국인은 기존의 달러 거버넌스에 속해 있는데, 너희들이 이렇게 튀면 어떻게 하냐. 돈이 많으니, 좀 날려도 상관 없다만, 개미들은 아니잖냐. 장관, 어떻게 좀 해보쇼”

워싱턴포스트가 주문하고, 뉴욕타임즈가 그 주문을 처리합니다.

# “Um, you know, I do worry”
옐런 장관의 말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누군가에게 경고를 하려면 그 행동을 짚어야죠. 따라서 옐런 장관 말에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스마트 웨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힌트가 있습니다.


“이건(비트코인)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고, 음, 그러니까(um, you know), 사람들이 반드시 반드시(should should) 조심해야만 합니다. 음, 굉장히 변동성이 높고, 음, 그러니까(um, you know), 나는 정말 걱정해요(I do worry). 정말로 걱정합니다(I do worry). 손실 가능성이 있어요.”

um, you know, I do worry, should 이런 표현은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뭔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거든요. 옐런 장관이 74세입니다. 백악관 자문관, 연준 의장, 교수, 그리고 다시 재무장관. 미국 경제 정책 공무원으로서 모든 걸 해본 사람입니다. 산전수전공중전우주전, 24시간, 주7일 전세계 최고의 고급 정보를 다룹니다. 웨비나 내내 또렷한 말로, 막힘 없이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데요. um, you know, I do worry 이런 표현은 비트코인에 대해 말할 때, 특히 많이 등장해요. 작정을 하고 나왔다는 겁니다.

기존 거버넌스를 대표하는 장관이 비트코인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는 것 자체가 스마트 웨일의 등장이 필연이라는 걸 뜻합니다.

# 스마트 웨일이 보는 숫자들
뉴욕타임즈 기자가 질문합니다. “재무장관은 최고 국채 세일즈맨(Top Salesman for bond)이다.” 금리가 오르는데, 1조5000억 달러 부양책 패키지가, 이 많은 국채가 잘 팔리겠냐는 거에요. 달러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옐런 장관은 숫자를 들이대요. “2007년, 금융위기 전에 미국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35라면 지금은 100이 넘는다. 부채가 늘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당시 국채 이자로 나가는 돈이 GDP 대비 2%보다 적었는데, 지금도 그런 수준이다.”


빚이 많이 늘었어도, 이자 부담은 늘지 않았다는거에요. 왜, 금리가 낮으니까. 옐런 장관은 이렇게 낮은 금리 체제를 최대한 이용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테슬라가 증권거래위위원회(SEC)에 제출한 재무보고서, 아크, 구겐하임이 말하는 비트코인 투자 이유. 동일하게 실질 금리 마이너스를 언급합니다. 돈을 가지고 있어도 금리가 너무 낮아서 소용이 없어요.

금리는 자산 간 머니 무브를 자극합니다. 큰 돈이 국경을 넘어가지는 않더라도 자산 간 비중 조정이 일어날 개연성이 커요. 주식에서 채권으로, 안전한 국채에서 정크본드로, 부동산에서 국제 원자재로… 그리고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스마트 웨일은 기득원 안에서도 자산 리밸런싱을 앞장서는 그룹입니다. 금리를 유심히 봐야, 스마트 웨일의 행동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 두 마리 고래…싸울 것인가 협력할 것인가
크립토퀀트 주기영 대표가 올린 트윗을 보니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 다시 플러스가 됐습니다. 주 대표는 그들이 온다(They’re coming…)고 했네요. 그들이 누굴까요? 메타 웨일? 스마트 웨일? 스마트 웨일은 레거시 금융에서 훈련 받은 사람들입니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글로벌 머니 무브를 주도하거나, 경험해본 선수들이에요. 지정학적 요소들, 중동의 석유, 남북한 대립, 그리고 중국과 패권을 두고 펼치는 경제 전쟁 등도 고려 사항입니다.

정부 정책에 무작정 반대하거나, 들이받지 않아요. 속도 조절을 할 줄 압니다. 그들이 자리잡은 기반이니까요. 옐런이 구두개입을 했으니 한동안은 조용히 있을겁니다. 스마트하거든요. 영악하죠. 그러나 멈추지는 않아요.

온체인에서 일어나는 기술적인 변화,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해관계 다툼, 조금만 거래량이 늘어도 멈춰버리는 거래소. 이런 것들은 미시적인 요소들입니다. 스마트 웨일이 배회하는 시장에서는 거시적인 요소들이 화두가 될 겁니다. 미시적인 요소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에요. 거시적인 요소까지 봐야한다는 뜻입니다.

“단결하라. 너희가 잃을 것은 속박의 사슬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