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 기회인가 폭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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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 기회인가 폭탄인가?

스테이블코인, 전 세계 공급량 '1100억달러 규모'
미국 달러와 1:1 교환... 변동성↓· 결제 안정성↑
막기 어렵다면 먼저 개발해 주도권 쥐는 게 현명

스테이블코인의 공급량이 11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하루 거래량도 비트코인 대비 3배에 달하면서 각 스테이블코인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테이블코인의 공급량이 11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하루 거래량도 비트코인 대비 3배에 달하면서 각 스테이블코인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심한 가격 변동성을 꼽는다. 코인의 가격이 오르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코인을 금고 속에 놔두고,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법정화폐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코인의 가격이 내리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불수단으로 코인을 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를 지불수단으로 받는 대부분의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이 코인을 바로 법정화폐로 바꾸어서 처리하는 별도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렇게 해서는 범용적인 지불수단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암호화폐이면서도 가치가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USDT, USDC, DAI 같은 미국 달러에 페깅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2020년 이후 달러에 일대일로 페깅되는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해서 현재 1100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다. USDT의 하루 거래량은 비트코인의 3배 가까이 된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여러 스테이블코인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달러에 페깅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구현하는 메커니즘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이 있고 이에 따른 장단점도 달라진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달러에 대한 페깅이 깨지면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던 많은 거래시스템과 금융상품이 일시에 붕괴될 위험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은 전체 암호화폐 시장 규모의 확대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지만 안정성에 대한 주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세./ 더블락크립토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세./ 더블락크립토

테더사의 USDT와 중앙화된 불투명한 운영의 리스크

암호화폐 시장에서 본격적인 거래수단으로 처음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테더사(Tether Limited)의 USDT다. 2015년 비트피닉스(Bitfinex)라는 홍콩기반 거래소가 USDT를 비트코인 거래에 활용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테더사는 비트피닉스의 소유주인 아이피닉스(iFinex)가 콘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비트피닉스와 USDT는 처음부터 매우 밀접한 연결 관계가 있었다. 

USDT가 급성장한 것은 2017년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가 위안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강력한 금지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당시 비트코인 거래량의 90% 이상이 위안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거래 수단이 USDT였던 것이다. 기존의 위안화 기반 거래소가 몰락하고 USDT를 사용하는 바이낸스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바이낸스는 현재 170억 달러 이상의 USDT를 보유하고 있는 단일 최대 보유 주체이다. 

USDT 거래량이 많아지니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거래소들 역시 USDT를 취급하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규제 당국이 거래소의 법정화폐 사용에 대한 규제 요건을 강화한 것도 시장 확산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USDT가 전 세계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표준적인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발행량은 600억 달러를 넘고, 하루 거래량 역시 600억 달러에 이른다.   

USDT가 불과 5~6년 만에 이렇게 규모를 키우는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USDT의 발행과 운영이 모두 중앙화된 사기업에 의해 대단히 불투명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하반기 USDT 발행량이 대폭 늘어나고, 비트피닉스에서 시작된 비트코인 가격상승 간의 연관 관계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었다. 실제 달러를 예치하지 않고 USDT를 발행한 후 이것을 이용해 비트피닉스가 비트코인을 펌핑해서 막대한 차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테더 사가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전면적인 회계 감사를 지속해서 회피했기 때문에 다른 의혹들도 여러차례 반복해서 제기되었고 이 때마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출렁이는 만성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급기야 미국 뉴욕 검찰청이 직접 개입해서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테더사와 비트피닉스는 막대한 자금손실을 은폐한 점과 달러와의 1:1 교환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벌금 1850만 달러에 합의했다. 뉴욕에서 USDT 사용은 금지되었다. 또한 올해 5월 처음으로 테더사의 자산 명세를 공개했다. USDT 준비금의 약 76%를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중 65%는 기업 어음이었고 실제 현금은 3.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USDT 발행량 전체에 대해 안정적으로 일대일로 교환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나마 뉴욕 검찰청의 합의와 자산 명세의 공개로 최악의 리스크는 막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테더 사의 불투명한 자산 운용과 테더 발행량에 대한 의혹은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USDT와 비트코인 생태계

이러한 테더 사의 USDT 의혹과 관련해서 비트코인 코어 소프트웨어 개발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블록스트림(Blocksteam)이 테더 사를 매우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철학에서 보자면 단 하나의 기업이 전체 USDT 발행과 예치 자산의 운용을 아무런 투명한 검증 장치 없이 떠맡고 있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의 백서도 이러한 제3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금융 시스템의 내재적 취약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스트림의 주요 파운더들과 이에 동조하는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테더 사와 비트피닉스에 대한 의혹을 모두 과장되고 근거 없는 퍼드(FUD)라고 일축한다. 

블록스트림의 CEO인 아담 백은 뉴욕 검찰청의 조사로 테더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고 싼 가격에 비트코인 사라고 부추키는 트잇을 날리기도 했다./ 트위터 캡처
블록스트림의 CEO인 아담 백은 뉴욕 검찰청의 조사로 테더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고 싼 가격에 비트코인 사라고 부추키는 트잇을 날리기도 했다./ 트위터 캡처
블록스트림의 CSO인 샘손 모우도 테더 의혹은 모두 퍼드인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여론을 끄니 더 좋다고 한다. 과거에도 테더에 대한 사랑을 여러 차례 밝히고 이를 옹호한 바가 있다./ 트위터 캡처
블록스트림의 CSO인 샘손 모우도 테더 의혹은 모두 퍼드인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여론을 끄니 더 좋다고 한다. 과거에도 테더에 대한 사랑을 여러 차례 밝히고 이를 옹호한 바가 있다./ 트위터 캡처

법정 화폐를 마음대로 찍어 내는 중앙은행에 대한 반박으로 등장한 비트코인의 핵심 개발자들이 아무런 검증 장치와 투명성 없이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회사가 마음대로 찍어내는 USDT는 어떻게 환영할 수 있는 것일까? USDT를 발행하는 테더사, 비트피닉스와 그 투자자, 그리고 블록스트림 상호 간에 얽힌 직간접적인 투자와 경제적 이해 관계를 면밀히 살펴봐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대목이다.   

테더사는 USDT를 애초에 비트코인과 연동되는 옴니 레이어라는 프로토콜로 발행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비싼 수수료, 느린 속도와 처리용량 문제 때문에 2017년 주요 유통량을 이더리움으로 이동시켰다. 비트코인 생태계의 중심축이었던 USDT가 이더리움 호환 토큰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전에는 USDT를 실제 개인 지갑을 사용해 서로 전송하기는 쉽지 않았고 대부분의 거래량은 전부 중앙화된 거래소 내부에서의 거래 수단으로만 사용되었다. 이더리움 호환 토큰으로 발행되고 나서 USDT 시장은 빠른 속도로 더욱 확대되었고 이후 이더리움을 카피한 트론같은 다른 네트워크로도 시장을 확대해 갔다.

하지만 이더리움을 비롯한 여러 네트워크에서 작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발행과 운용이 탈중앙화된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확대되면서 USDT의 리스크는 훨씬 더 커지고 있다. 바이낸스를 비롯한 많은 거래소가 UDST를 기본 거래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2020년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탈중앙화 금융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USDT의 페깅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테더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손실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면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위험성을 외부에서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개선된 중앙화 모델

이러한 불투명하고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USDT를 대체하고자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USDT가 거의 독점하던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백가쟁명의 경쟁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크게 보면 중앙화된 주체에게 여전히 의존하되 투명성을 개선하려는 모델과 이를 최대한 배제해서 제삼자에 대한 신뢰가 거의 필요 없는 모델로 나뉜다. 

중앙화된 주체가 주도하는 모델은 이 주체가 누구이고 어떻게 달러 지급 능력을 유지하고 검증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게 된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골드만 삭스가 투자한 서클(Circle)과 미국 코인베이스(Coinbase) 거래소가 2018년 출범시킨 USDC(USD Coin)다. 250억 달러 이상의 발행량을 달성했고 이더리움 체인 호환 토큰으로 출발해서 빠르게 멀티 체인 지원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발행량의 100%에 대해 준비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외부의 감사법인으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검증케 하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주도했지만 바이낸스와 다른 중앙화 거래소로 계속 퍼지고 있고 이더리움 중심의 탈중앙화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USDT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USDC와 유사하게 보다 엄격한 투명성 보장 장치를 도입해 달러와 페깅을 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TUSD, GUSD(크라켄 주도), PAX 등이 있다.

서클과 미국 코인베이스 거래소가 2018년 출범시킨 USDC(USD Coin).
서클과 미국 코인베이스 거래소가 2018년 출범시킨 USDC(USD Coin).

2021년 1월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미국 은행이 발행해 유통하는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합법적인 미국 금융시스템의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게 되어 거래소나 금융기관이 중심이 되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계속 늘어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얼마 전 미국 연준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 하는 디지털화폐(CBDC) 개발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달러가 디지털 시스템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해서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봐야 비용 대비 큰 이득이 없다는 판단이다. 앞서 나온 통화감독청의 의견과 조합하면 결국 민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달러에 페깅시키는 것은 달러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달러 중심의 현행 시스템에 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초점을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에 대해 더 타이트한 관리와 규제를 도입해야 된다는 데 두고 있다.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의 또 다른 중요한 경쟁자는 페이스북이 주도하고 있는 디엠(DIEM,  이전에는 리브라)이다. 2019년 미국 청문회에서 난타를 받고 주춤하던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은 변화하고 있는 규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시 본격적인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페이팔이나 신용카드 회사들도 스테이블 코인시장에 직접 뛰어들거나 파트너쉽으로 포지셔닝을 할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다. 

탈중앙화된 모델

암호화폐가 등장한 근본적인 이유가 중앙화된 주체에 대한 신뢰를 배제하기 위한 것인데, 다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가치보장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를 반드시 필요하게 만든다면 이것은 암호화폐의 취지 자체를 상당히 훼손하는 것이다. 2017년 12월 이더리움 체인 위에 발행되기 시작한 DAI는 중앙화된 주체의 필요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모든 핵심로직을 전부 스마트 컨트랙에 올려서 작동되도록 만들었다. 달러와 같은 실제 법정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이를 보관하고 검증하는 주체가 필요하게 되므로 법정화폐 대신 이더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했다.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에 이더를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달러에 페깅되는 DAI를 발행한다. 발행된 DAI의 달러 가치가 예치된 이더의 가격보다 더 커지지 않도록 이더 가격이 기준선 이하로 내려가면 이더를 청산시켜서 DAI가 1 달러와 페깅되도록 만든다.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과담보를 요구하는 셈이다. 규모가 크지 않았던 초기에는 DAI의 페깅이 깨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러 번의 이더의 급락 장세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달러에 잘 페깅되어 왔다. 현재 50억 달러 이상의 DAI가 발행되어 있고 이더리움 탈중앙화 금융의 급격한 성장세와 함께 DAI의 거래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사용해 이더와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해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모델은 앞에서 살펴본 중앙화된 모델에 비해 훨씬 더 투명하고 시스템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현저하게 적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모든 로직이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보장이 되기 때문에 제삼자에 대한 신뢰가 필요없다. 다만 스마트 컨트랙상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버그가 있을 경우 담보자산의 유출로 인한 페깅 시스템의 붕괴가 발생할 수 있고 급격한 폭장장에서 청산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DAI는 이미 몇 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이미 상당히 해소되었다. 

하지만 DAI 모델의 문제는 지속적인 스테이블코인 수요에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발행량을 지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과담보의 특성상 담보로 사용된 이더가 컨트랙에 묶이게 되는 반면 발행할 수 있는 DAI량은 담보액의 75%(역으로 하면 130% 이상의 담보율) 정도에 한정된다. 사실 아주 활황장이 아니면 청산의 위험 때문에 50% 이상 발행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 개선된 DAI 모델은 이더 뿐만 아니라 다른 토큰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혔지만 여전히 스케일링에 불리한 담보와 청산 모델을 가지고 있다. DAI보다 더 효율적인 청산 메커니즘을 활용해 과담보 비율을 110%가지 낮춘 LUSD 같은 스테이블 코인도 등장했지만 그 안정성을 충분히 검증하기에는 아직 역사가 너무 짧다.

이더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낮은 자본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보다 급진적인 방법은 과담보 기법을 쓰는 대신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사용해 페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이다. 베이시스 캐시(Basis Cash)와 같은 알고리즘 방식의 프로젝트들이 계속 시도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규모와 안정성 면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가지 방법을 쓰는 겻이 아니라 부분적인 담보와 알고리즘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 등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가 있겠지만, 과담보 모델에 비해 사용자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또한 탈중앙화 모델 중에는 왜 스테이블코인이 반드시 달러나 다른 법정화폐에 페깅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플로트(Float)같은 프로젝도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이 달러의 지배 구조를 인정하고 이를 더 공고히 하는데 일조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지만 아직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낼 만큼 시장이 성숙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법정화폐에 페깅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면 달러가 아닌 안정적인 구매력의 크기를 유지를 목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최후의 승자는?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계속 급속히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 활용범위도 중앙화 거래소의 내부 거래용으로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및 일반 온라인 시장에서 통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계속 쓰임새가 늘어날 것이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중앙화된 모델에 기반했거나 탈중앙화된 모델에 기반했거나에 상관없이 각각의 영역에서의 경쟁도 심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USDT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낮아질 것이고 생태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게 될 가능성도 가능성도 높다. 단일한 모델이 시장을 통합하기에는 아직까지는 각각의 모델이 지니는 한계들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중심으로 CBDC의 도입도 이러한 경쟁 구도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줄 것은 틀림없지만, 국가 주도의 디지털 화폐가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생태계를 완전히 무력화할 시킬 것이라고 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글로벌하게 이미 많은 금융 시스템에 연결되기 시작한 암호화폐 생태계를 도려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고 국가 주도의 무리한 규제 정책은 부작용을 낳기 쉽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매개로 금융산업에 뛰어드는 것도 자명해 보인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국가간의 경계나 산업간의 경계를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체제로 재구성해 가는 과정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이렇게 재편되는 시장에서 탈중앙화된 시민 화폐, 기업이 주도하는 기업 화폐, 그리고 국가가 중심인 법정 화폐가 치열한 경쟁을 해나갈 것이다.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국가가 이 흐름의 방향을 결정할 가장 큰 파워를 가진 듯이 보이지만 게임은 끝까지 해봐야 안다.     

달러와 위안화에 페깅되는 코인들은 한국과 같이 타이트한 외환규제를 하는 국가에서도 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 주도의 CBDC를 발행하는 것도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사실상 외환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들을 자유롭게 놔두는 것도 불안하고 다 막자니 부작용도 심할 것 같고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방어가 힘들 때는 선제 공격으로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막으려고 하는 정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오히려 좀 더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을 먼저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탈중앙화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법이다.

1 Comments
민지 2021.12.10 13:5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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