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반감기는 비트코인 가격을 뒷받침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의미한다. 반감기는 대게 호재로 인식되는데 공급 감소로 가격 희소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반감기는 채굴 업체들의 수익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20일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채굴자들이 하루에 벌 수 있는 총 비트코인 양은 현재의 900에서 450으로 줄어든다. 비트코인의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업계 전체로 연간 약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손실을 의미한다.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Marathon Digital Holdings Inc.), 클린스파크(CleanSpark Inc.) 등 대형 채굴회사들은 반감기 이후 수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장비 투자와 소규모 경쟁 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다.

코인셰어스(CoinShares)의 디지털 자산 분석가 매튜 킴멜은 “채굴 회사들이 큰 타격을 받기 전에 최대한 많은 수익을 짜내려고 마지막까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 반감기에 따른 수익 감소 이후 각 채굴자의 대응과 전략에 따라 업계 판도가 뒤집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전력 비용 상승

지금까지의 비트코인 반감기는 채굴업체들에게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반감기를 겪을 때마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치솟은 비트코인 가격 덕분에 채굴 비용을 상쇄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 Co)는 4월 보고서에서 2013년 최초의 채굴 장비가 등장한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 된 채굴회사만 14곳이며 이들의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반감기는 이전과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트코인 채굴난이도가 어려워진 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 특히, 채굴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력 소비의 경우, 최근 인공지능(AI)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채굴 업자와 기술 기업 간 전력 소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아마존(Amazon.com Inc.), 블랙스톤(Blackstone), 구글(Google Inc.),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 등의 거대 기술 기업이 데이터 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어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전력 요금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오퍼튜니티 펀드의 공동파트너인 데이비드폴리는 “AI기업들은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지불한 전기요금의 3~4 배를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으며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스트롱홀드 디지털마이닝의 그레그 베어드 CEO는 “채굴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몇 년 동안 에너지 가격을 고정시키는 계약을 한다”며 “경쟁이 진행되면 기존 계약이 만료된 업체들이 저비용으로 계약을 갱신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팅 파워 확보해야 하는데 대출도 어려워…채굴업체 ‘고군분투’

2020년 반감기 이후 채굴 난이도가 급증한 것도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오는 20일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업체들이 벌 수 있는 보상 단위는 현재의 6.25BTC에서 3.125BTC로 줄어든다. 채굴업체가 보상을 더 얻으려면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이미 지난 반감기(2020년) 이후 6배나 급증했다.

업체들은 더 효율적인 채굴 장비를 도입해 추가 컴퓨팅 파워를 확보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대다수 채굴업자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찮다. 지난 2022년 FTX거래소 파산과 루나사태 등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로 많은 대출 기관이 파산하면서, 채굴 장비를 담보로 한 대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블록하우스 디지털(Blockhouse Digital)의 조영영CEO는 “채굴업자들이 몇 달 동안 대출자를 찾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소규모 채굴업자들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쓰는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기업은 퇴출 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업계에 우호적이었던 이전 반감기와 달리 이번 비트코인 ‘반감기’는 암호화폐 산업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며, 채굴 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