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일곱 건의 금융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BF)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이제 변호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 주까지 전직 동료 다수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해 고객 자금을 유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모두 SBF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상황이 심각하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SBF는 26일(현지시간) 법정에 출석해 직접 증언했다. 다만 판사가 배임원단에게 제공할 수 있는 증언을 선별해야 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이날 증언은 배심원단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배심원단 앞에서 이뤄질 증언은 27일(현지시간) 진행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SBF는 FTX의 핵심 의사 결정에 FTX의 로펌 변호사들이 관여했다며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보였다.

SBF의 핵심 주장은 슬랙과 시그널 등 암호화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대화 기록을 정기적으로 삭제하게 하고, FTX 고객 자금을 알라메다 자회사 은행 계좌로 이체하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거나, 자신과 알라메다 고위층의 개인 대출을 받도록 하는 모든 핵심 의사결정에 FTX를 담당하던 로펌이 지지했기 때문에 선의로 행동했다는 것.

# SBF “130억 달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억 못한다”
SBF는 증언에서 “2022년 시그널을 통해 알라메다 리서치를 폐쇄하는 문제를 논의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에는 130억 달러의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BF는 “130억 달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의 대화를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앞서 SBF의 전 여자친구이자 전 알라메다 공동 대표였던 캐롤라인 엘리슨과 전직 임원 두 명이 SBF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 “알라메다를 통해 FTX 고객 자금을 받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생각”
코인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SBF측 변호인 마크 코헨이 SBF에게 “알라메다를 통해 FTX 고객 자금을 받는 것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했는지”를 묻자 SBF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SBF는 FTX의 전 규정 준수 책임자인 다니엘 프리드버그와 당시 담당 로펌인 펜윅 앤 웨스트가 알라메다 자회사인 노스 디멘전(North Dimension)의 회사 설립 문건을 함께 작성했다며 프리드버그를 겨냥했다.

그는 “프리드버그가 해당 기업의 은행 계좌 개설을 담당했고 FTX 고객 자금을 알라메다 자회사의 은행 계좌로 이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SBF는 FTX 고객 자산이 별도의 암호화폐 지갑이 아닌 소위 ‘통합 지갑’에 함께 보관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객 자산을 통합 계정에 저장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고도 주장했다. 일례로 후오비 거래소에 있는 자신의 거래소 지갑으로 자금을 보냈는데, 그 자금이 즉시 통합 지갑으로 이체되는 것을 보았다고 SBF는 덧붙였다.

SBF는 또 FTX의 서비스 약관에 따라 자매회사인 알라메다가 여러 경우에 걸쳐 FTX로부터 자금을 빌릴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해당 서비스 약관은 FTX 변호사가 초안을 작성하고 갱신해왔다는 게 SBF의 주장이다.

# “FTX 변호사들이 임원 개인 대출 제공에도 관여”
이날 증언에서 SBF는 FTX의 변호사들을 거듭 흔들며 자신과 다른 임원들이 알라메다로부터 개인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약속어음을 작성한 것은 FTX의 법무부서였으며 대부분의 대출은 투자용도였다고 지적했다. 그의 변호사 코헨은 “변호사가 대출을 주선해 준 것이 안심했느냐”고 묻자 SBF는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 판사, SBF 변호사의 무죄 판결 요청 기각
재판이 일주일 연기된 뒤 SBF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혐의 일부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사건을 주재하는 루이스 카플란 판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플란 판사는 이를 거부했다.

SBF의 목요일 증언과 변호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주장은 검찰과 판사의 벽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때때로 주요 세부 사항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까지 더듬으며 회피했다.

카플란 판사는 핵심 결정에 변호사가 관여했다는 SBF의 주장에도 의문을 표하며 “누군가 은행을 털고 훔친 돈으로 고급 주택을 구입했지만, 정작 주택 구입에 관여한 변호사들에게 ‘자금 출처’를 알리지 않았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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