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00만원→9400만원까지 급락
“상승 추세 위태”…반등 요소로 ‘반감기’ 꼽혀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비트코인이 잇따른 악재에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이틀 연속 반등 없이 급락하며 1억원대도 반납한 상태다.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반감기를 앞두고 추가 하락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이달 반감기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1억1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급락하면서 9400만원까지 밀렸다. 이틀 만에 7% 넘게 빠진 수치다.

◆비트코인 왜 떨어졌나

이번 낙폭은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탓이다. 우선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현물 ETF(GBTC)에서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유출된 점이 시작이다. 지난주 둔화세를 보였던 GBTC 유출액이 전날 급격히 늘면서 투심이 위축한 것이다.

전날 비트멕스 리서치에 따르면 GBTC는 전날 약 3억300만달러(4105억원)를 유출하며 한 주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GBTC 유출액(1억490만달러) 대비 2.2배 넘는 수치다.

GBTC는 그간 현물 ETF 순유출을 주도하며 가상자산 시장 암초로 작용해 왔다. 이에 GBTC 유출액이 늘면 시장이 주춤하고, 유출액이 줄면 시장이 살아나는 장세가 연출됐다.

여기에 쏟아진 수익 실현 매물도 하방 압력을 키웠다. 글래스노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온체인 지표는 비트코인 단기 보유자의 거래소 거래량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적으로 단기 보유자의 거래소 거래량은 매도세를 시사한다.

크리스티안 하랄람피예프 넥소 책임자는 이날 인베스팅닷컴과 인터뷰에서 “이번 하락은 보유자 차익실현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정점에서 현금화하는 것은 모든 투자자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이는 향후 반감기 이후에도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줄리오 모레노 크립토퀀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수요 둔화와 투자자의 수익 실현 심리가 맞물리면서 하방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 두 개가 맞물리면 반감기 이후에도 비트코인 가격 하방 압력은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멀어진 금리인하도 가상자산 시장을 누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비트코인 낙폭이 더 커진 것이다.

연준 내 대표적인 강경파 중 한 명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일(현지시간) “금리를 일찍 내리는 데 따르는 위험이 늦게 내리는 데 따르는 위험보다 더 크다”고 신중론을 밝혔다.

그간 금리인하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반감기 등을 이을 후속 호재로 평가받았다. 통상적으로 주식과 함께 위험자산 군에 속하는 가상자산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수록 선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 거래가 또 다른 악재란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흐름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트레이딩 봇이 시장 하락을 예측하고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쉴리앙 탕 아르벨로스 마켓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가상자산 시장 하락은 자동화 거래 영향을 받았다”며 “자동화 거래 봇이 현물 ETF 수요 약화에 따라 가상자산 매도를 주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승 추세 위태”…반감기는 반등 기회?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에 따라 상승 추세가 위태로워졌다고 봤다. 하락을 부추긴 악재들이 단기 영향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 매트릭스포트는 전날 X를 통해 “비트코인은 지난 2월부터 랠리를 펼치며 뚜렷한 추세선을 그렸다”며 “하지만 이날 하락세로 상승 추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하랄람피예프 넥소 책임자는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하락에 배팅하는 풋 옵션이 더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17일 앞으로 다가온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반등 요소로 꼽힌다. 현재 시장이 유력하게 꼽고 있는 반감기 시점은 오는 20일 오후 7시11분이다.

반감기는 지난 1월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와 함께 대표 호재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수요 폭발을, 반감기가 공급 충격을 이끈다는 점에서다. 큰 매도 압력 없이 수요가 동일한 상태에서 공급이 준다면 가격 상승은 당연한 일이다.

헌터 호슬리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X를 통해 “올해 반감기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반감기로 공급량이 일일 약 3200만달러, 연간 약 11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요 강세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불안한 장세에 최근 5%대를 보이던 김치프리미엄도 급등했다. 김치프리미엄은 비트코인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뜻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비교 플랫폼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은 8.43%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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