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엔화 하락이 아시아 지역 내 새로운 통화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4월 말, 엔화는 위안화 대비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엔화는 원화 대비로도 2008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을 기록했으며 대만 달러 대비로는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로 한국.대만.중국 수출경쟁력 ↓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시장 개입을 시도했지만, 일본만의 독자적 개입으로는 엔화 약세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는 미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한국과 대만의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아르준 비즈는 “엔화의 급격한 약세는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 등 아시아 통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엔화 약세가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을 높일 경우 지역 전체의 안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엔캐리 트레이드 위태로워..리스크 오프 이벤트 가능성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70-180 수준으로 하락하면 아시아 뿐만 아니라 이머징 시장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주로 금리가 낮은 곳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더를 위한 자금 조달통화로서의 엔화 역할 때문이다. 실제 올해 최고의 베팅 자산이었던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흔들리고 있다.
만유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박기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현지 시장에 투자됐던 자금(엔화)이 빠져나가야 할 것”이라며 “신흥 시장에선 자금이 이탈하고 국채수익률 반등과 주가 하락이라는 리스크오프(위험회피)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안화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에 시장은 위안화 움직임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중국 간의 교역 관계가 밀접한 상황에서 위안화의 가치까지 하락하면 아시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지역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위기에 처한 경제를 구하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평가 절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한다면 이는 아시아 통화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롬버드 오디에르 홍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최고 투자책임자인 존 우즈는 “일본 엔화 약세를 지켜보면서 최근 우리는 중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이 리스크”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이 안전하지 않아…비트코인 등 대체자산 매력↑
다만, 엔화 약세는 암호화폐 시장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완 비트코인(Swan Bitcoin) 사업 책임자인 단테 쿡(Dante Cook)은 엔화 가치 하락이 일본과 미국에는 국가적 재앙이지만 암호화폐 시장엔 오히려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은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 매도는 전통적인 안전자산(국채나 엔화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보다 안전한 대체 자산을 보유하길 원하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눈을 돌릴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일부는 비트코인을 넘어 더 위험한 알트코인에도 관심을 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사인 반에이크(VanEck)는 마켓벡터 밈코인 지수를 발표해 소매 고객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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