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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5. (목)

내국세

전문가·학계 "국세청의 빗썸 과세는 성급…과세형평 원칙 위배"

■ 한국조세정책학회 세미나

거주자, 열거주의 적용해 제외-비거주자, 포괄주의 적용 과세
동일한 과세대상에 거주자·비거주자간 다른 세법해석·적용 문제
현행 세법상 암호화폐 과세표준·과세대상도 구체적 명시 안돼

최근 국세청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상대로 8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과세는 거주자와의 과세형평의 원칙이나 조세조약상 무차별원칙에 위배된다고 학계, 조세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1월31일 한국조세정책학회가 ‘암호화폐 과세의 합리적인 모습은?’이란 주제로 개최한 조세정책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일반적인 규제 정책이 아직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과세관청이 비거주자에 한정해 성급히 과세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 토론자로는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 김용민 연세대 교수(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 문성훈 한림대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 "암호화폐 소득,  소득세법에 과세대상 명확히 규정 필요"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암호화폐의 과세를 위해서는 과세표준 및 과세대상이 구체적으로 세법에 적시돼 있어야 하지만, 암호화폐의 경우에는 과세대상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행 세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거주자의 경우 열거주의를 적용해 암호화폐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아니어서 제외된 반면, 비거주자는 ‘부동산 외의 국내자산을 양도함으로써 생기는 소득’으로 포괄주의적 규정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해 거주자와 비거주자에 따라 다르게 세법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와 글로벌 조세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향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암호화폐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려는 경우 소득세법에 암호화폐 소득이 과세대상임을 명확히 규정해 둘 필요가 있다”며 “법리적으로는 기타소득이라기 보다는 양도소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 "포괄주의 방식으로 소득세법 개편해야"

 

김경하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역시 현행 세법상 암호화폐의 성격이나 정의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암호화폐를 ‘부동산 외의 국내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기타소득으로서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본 과세관청의 이번 결정은 조세법률주의 측면에서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과세관청이 과세기준금액으로 결정한 비거주자의 인출금액은 총수입금액의 성격에 해당한다”며 “이를 과세기준금액 즉 과세표준으로 적용한 것에 대해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비거주자가 인출한 금액에서 납세의무자에게 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과 같은 열거주의 방식으로는 세법이 규정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틈타 조세 회피행위의 유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포괄주의 방식으로 소득세법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괄주의의 구체적인 실현방안으로는 금융자산 또는 금융상품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포괄적으로 ‘포괄금융소득’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과세기반 마련을 위해 암호화폐거래소에게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과하고, 국제적 공조를 통한 암호화폐의 국제적 거래에 대한 과세정보 교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 "낮은 수준의 거래세 도입 후  양도세 전환 바람직"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연세대 교수)는 이번 과세 핵심 쟁점으로 암호화폐의 자산성 여부, ‘국내자산’이라는 포괄적인 규정으로 과세 가능한지 여부, 거주자는 과세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비거주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문제 등 세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과세 관련 양도소득세는 조세원리상 타당하며 국제적 기준에도 맞으나, 과세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상화폐 거래의 현실을 감안해 일단 낮은 수준의 거래세를 도입해 과세인프라 정비와 세수 확보를 해 나가면서, 향후 과세인프라가 정비된 시점에서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 " 암호화폐 과세위한 별도의 정당한 사유 있어야"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은 “암호화폐가 말 그대로 화폐인가 하는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과세쟁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가 화폐라면 별다른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소득세법에서 적어도 거주자인 개인에 대해서는 과세돼서는 안된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는 현재 소득세법상 화폐에 대한 일반적인 과세입장과 배치되기 때문에 과세를 위한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국화폐도 단순한 투자를 위한 경우가 많지만, 외국화폐의 양도차익이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했다.

 

전영준 변호사 "암호화폐  취득가액 산정방법 많은 논의 필요"

 

전영준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차익에 대한 과세방법과 관련해 양도소득으로 보고 상장주식 혹은 비상장주식에 대한 적용세율과 유사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김병일 교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다만 과세거래별 양도소득금액의 구체적 계산방법과 관련해 암호화폐의 거래가액 변동폭은 하루 동안에도 매우 심한 점 등에 비춰 상속이나 증여에 따른 취득가액 산정과 관련해서는 심도깊은 논의 후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는 또한 “암호화폐의 자산성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암호화폐를 ‘국내’에 있는 자산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비거주자의 암호화폐 양도소득에 대해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있다고 보더라도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차익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이론적 근거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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