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하몬. 출처=고펀드미
래리 하몬. 출처=고펀드미

코인 닌자(Coin Ninja)의 CEO 래리 하몬(Larry Harmon)이 다크넷 시장 알파베이(AlphaBay)에서 3억 달러어치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을 공모한 혐의로 이번주 초에 체포됐다. 그러나 하몬의 가족은 그가 알파베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몬 사건은 암호화폐 업계에서 개발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하몬은 암호화폐 미디어 사이트인 코인 닌자 외에도 개별 송금의 추적을 더 어렵게 하기 위해 거래를 여러 묶음으로 합치고 섞어 송출하는 비트코인 믹서 헬릭스(Helix)를 개발했다. 미국 법무부 소속 검사들은 공소장에 헬릭스를 “송금 및 자금세탁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헬릭스는 수수료를 지불하는 고객이 비트코인의 출처나 소유자를 감추고 혼동시키는 방식으로 지정 수취인에게 비트코인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해준다. ... 이러한 업종은 일반적으로 비트코인 ‘믹서’나 ‘텀블러’라고 불린다.” - 공소장 중

브라이언 벤츠카우스키 미국 법무부 차관보는 13일 성명에서 비트코인 믹서와 관련해, “본 공소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가상화폐 거래의 추적을 어렵게 하는 행위는 범죄임을 강조한다”는 법무부의 입장을 확인했다.

하몬의 형제이자 코인 닌자에서 함께 일하는 개리 하몬은 헬릭스와 알파베이 사이에 직접적인 협업 관계는 없으며, 알파베이가 래리의 허락이나 조언 없이 믹서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헬릭스는 2017년에 폐쇄되었다. 알파베이는 2017년 7월 미국 연방수사국이 압류, 차단하였다.)

개리는 코인데스크 인터뷰에서, 래리가 체포된 뒤 래리의 아내인 마고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고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의 위협이 담긴 괴한들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돈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 세계에 알리면서 우리 가족은 위협을 받게 되었다"며 "수사국은 그 어떠한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우리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항의했다.

개리는 래리의 모든 자산은 동결되었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석이 거절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래리의 가족은 재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모금을 시작했다.

마고 하몬은 공소장과 관련해, “보석 심리 기일에 검사들은 래리가 더 많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도주 위험이 있다고 얘기했다”면서 “(하지만 공소장엔) 우리 주소지가 적혀있다”고 말했다. 

개리 하몬은 미국 법무부가 래리의 모든 하드웨어 지갑을 이미 압수했고, 마고에게는 더 이상의 비트코인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는 벨리즈 경찰청과 협업하여 하몬의 벨리즈 소재 공동소유 별장도 수색했다고 밝혔다. 개리는 경찰들이 래리의 두 집을 모두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전했다.

 

시사점

많은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히 비트코인 믹서를 개발하는 행위까지 자금세탁 범죄에 공모한 것으로 간주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비트코인코어 개발자 맷 코랄로는 트위터를 통해 만약 워싱턴의 연방법원이 이러한 혐의를 인정할 경우 “종말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고는 그의 남편이 불법 행위가 아닌 프라이버시 기술에 관심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는 보수적인 가족들의 비난을 받지 않으면서 포르노나 성인용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동성애자들을 예시로 들었다.

“래리는 항상 프라이버시를 옹호해왔다. 그는 다크웹에서 활동하는 나쁜 사람들을 알지 못한다. 그는 단순히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더 잘 보호하고자 했다. 프라이버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로 국민의 신체, 가택, 서류 및 동산의 안전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4조가 비트코인에도 적용되는지 판결하게 된다. 이 조항이 프라이버시 권리까지 다루는지의 문제는 현재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네덜란드 금융범죄수사국은 유명한 믹싱 서비스 제공자였던 베스트믹서(Bestmixer.io)를 압수하여 폐쇄했다. 반대로,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비트코인 지갑 와사비(Wasabi)와 같은 다른 업체들은 사업 전략의 근간을 유지하고자 직접 자체 믹서를 마련하였다. 캐나다 벤처펀드 사이퍼펑크 홀딩스(Cypherpunk Holdings)는 현재 와사비의 모회사와 믹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라이 지갑(Samurai Wallet)에 투자한 상태다. 블록체인 업계 싱크탱크 코인센터(Coin Center)는 이용자가 직접 호스팅하는 비수탁 방식의 믹서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개발자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판결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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