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부채한도가 꽉 차 미국이 부도가 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의 합의 없이도 실행 가능한 해법들이 나오고 있다.

1조 달러 짜리 백금 동전 발행과 높은 이자를 주는 프리미엄 채권 발행이다. 두 방안 모두 노벨경제학상 수장자인 폴 크루그먼이 제시하고 있다.

이 두 방안은 달러가 허공(thin air)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근본 없는 돈이라는 본질을 보여준다.

백금 동전 주조는 1조 달러 짜리 동전을 만들어 연준에 가져다 주고 그만큼 돈을 찾아 쓰자는 얘기다. 백금으로 기념 주화를 만드는 게 정부의 권리인데 주화 액면가에 상한선이 없다는 맹점을 노린 방안이다. 미국 의회의 동의 없이 부채한도 초과에 따른 미국의 부도를 막을 수 있다.

이 얘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에이”하고 마땅치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돈의 가치를 떨어트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뭔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크루그먼은 다르게 설명한다. 그는 7일(미국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1조 달러 동전을 발행해도 인플레이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을 쉽게 요약하자면 좋은 방법이지만 잘못된 주장을 하는 이들의 공격을 받기 쉬운 방안이다.

그렇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중요하다.

대다수 사람들은 달러가 뭔가 엄청난 근거 속에 발행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실제로 달러는 아무 근거(thin air) 없이 미국 정부에 대한 믿음으로 허공에서 발행되고 있다. ‘thin air’는 ‘out of nowhere’다. 갑자기 어디도 아닌 곳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갑툭튀’와 유사하다.

물론 패권국가로서의 미국 힘, 의회의 부채한도, 국제금융 시스템 등이 달러를 뒷받침 한다. 그러나 금이나 실물 등 가치를 뒷받침하는 실체는 없다.

달러는 빚일 뿐이다.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미국채를 연준이 매입해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편입하고 달러를 발행한다. 1조 달러 짜리 동전을 발행하나 1조 달러 어치 채권을 발행하나 똑같다. 몇 푼 들이지 않고 달러를 가져다 쓰는 것이다. 1조 달러 짜리 동전도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표현될 것이다.

뭐가 다른가.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채발행은 복잡한 절차와 금융이라는 의상을 입어 뭔가 있어 보였는데, 1조 달러 짜리 동전은 직관적으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폴 크루그먼의 입장에서는 똑 같은 내용인데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무슨 소리인가’ 하지만 그의 말이 옳다. 똑 같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프리미엄 채권도 마찬가지다.

쉽게 설명하자면 만기가 돌아온 미 국채를 액면가만큼 상환하고 국채 이자율을 한 10% 정도로 높게 책정하지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보자. 정확한 계산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수치를 제시해 보자.

1억 달러 짜리 국채 만기가 왔을 대 10%로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한다. 그러면 10년 동안 받는 이자가 1억 달러로 원리금 합계가 2억 달러가 된다. 이 국채를 시장에 판다. 판매 가격은 얼마가 될까.

현재 시장이자가 5% 여서 1억 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10년 뒤 1억 5000만 달러가 된다. 때문에 10년 뒤 2억 달러를 받는 프리미엄 채권의 가격은 대략 1억3000만 달러 수준에 팔리게 된다. 1억 달러 채권을 상환하고 나머지 차액을 가져다 쓰자는 얘기다. 이 차액은 부채한도 확대가 아닌 이자지불 비용으로 충당하면 된다.

이쯤 되면 금융은 기술일 뿐이다. 인플레를 막기 위해 무분별한 부채 확장을 억제하는 장치는 무력화된다. 법의 제한을 피해 빚을 늘리고 빚을 통해 달러를 더 찍어내는 기술이다. 이러한 마술로 돈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달러는 ‘갑툭튀’라는 본질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크루그먼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포스트모던 피라미드 사기”라고 규정한 바 있다. 틈만 나면 비트코인을 비판한다. 비트코인은 사악하다고 까지 말했다. 그의 기반이 달러 시스템과 현존하는 화폐 시스템에 있으니 당연한 시각이다.

발행량이 제한되고 기술자의 개입이 없는 투명한 통화정책을 가진 비트코인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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