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암호화폐를 담는 ‘전자지갑’은 특수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암호화폐를 담는 지갑은 무한 생성이 가능하다. 특히 암호화폐를 여러 지갑으로 분산시킨 뒤 하나의 지갑으로 다시 모으는 믹싱 과정을 거칠 경우, 암호화폐 거래 내역이 뒤섞인다. 이런 방법으로 범죄수익의 이동 경로 추적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도록 만들 수 있다.
공범의 경우 범죄수익의 배분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공범 여부를 역추론하기도 하는 범죄수사의 방향성을 고려해보면, 암호화폐는 정말 엄청난 장애물이다. 또한, 암호화폐를 사용하면 자금의 출처를 알기도 어려워져, 실질적인 배후자를 파악하는 과정도 전보다 더딜 수밖에 없다.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될 확률은 높아질 것임이 자명하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이번 N번방 사태에서 검찰은 조모 씨가 암호화폐로 주고받은 범죄수익에 대하여 압류, 몰수, 추징 등의 조치를 취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협조를 구하여, 범죄자의 개인 전자지갑 주소를 살피고, 범죄수익이 이동된 경로를 파악하는 등 절차는 꽤 순조로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한 경우나 개별지갑은 여전히 특정이 어려워 드러난 수익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관련 법령이 미비한 현실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 판례에 따라 범죄수익인 암호화폐의 국가 몰수원칙이 명확해졌다. 앞서 해당사건 1심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어 몰수가 부적절하다”며 검찰의 범죄수익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압수된 비트코인이 모두 특정돼 현존하며 명백한 범죄수익이고 이를 몰수하지 않으면 음란사이트 운영이익을 피고가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몰수대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판례가 변화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암호화폐를 통한 범죄 은닉자금 방법을 제재하기 위한 능동적인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법률사무소 해내 강성신 변호사·김대규 변호사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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