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안 표류…속 타는 업계

정부 의지 확고한 데 반해 국회 합의는 미완…3주 남아

컴퓨팅입력 :2022/12/11 10:53    수정: 2022/12/12 13:20

가상자산으로 발생한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시점을 현 2023년 1월1일에서 2년 더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와 당국, 학계는 당장 오는 1월부터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가 시행될 경우 시장 혼란과 투자자 불만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양도, 대여함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간주,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의 소득세를 부과하도록 한 법규 적용 시점을 2025년 1월1일로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상임위에서 계류되고 있다.

소득세법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여야 협의 과정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협의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기재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법제 개선 필요한데…국회는 "1년간 뭐했나" 질타

입법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도 해당 법안은 도입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경호 전문위원은 '조세 분야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이런 의견을 내비쳤다. 

보고서는 해당 법안에 대해 "거래소에 대한 의무 부과나 정보 비대칭 완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과세부터 실시하는 것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발, 납세순응성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커 투기성도 짙은데, 과세를 도입하면 기대 수익이 감소해 투기성 자본 유입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1년 유예한 상황에서 2년 추가 유예하는 것은 과세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 상, 조속한 과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간 정부는 꾸준히 2년 추가 유예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반면 입법 논의 과정에서는 유예 필요성에 대한 반론들이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회의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된 지 이미 수 년이 지났는데, 또 2년간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뇌물과 같은 불법소득에도 과세를 하고 있는데 과세에 앞서 투자자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발언했다.

국회의사당(제공=이미지투데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과세 시점을 2022년에서 1년 유예할 당시 정부가 과세 시스템 정비가 끝났다고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 관련 법안을 여야가 논의 중인데, 이 법이 통과되면 즉시 과세해야 하지 않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가 1년 전과 입장을 바꾼 이유도 있다. 이 회의에서 기재부는 국세청 전산 시스템을 작년 말 구축했지만, 당시에 비해 신고 수리 사업자가 6배 가량 늘어나면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과세를 위해선 실명확인제, 과세 과정 중 이용자 자산 보호 제도, 불공정거래 규제 등이 도입돼야 불합리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미비하다고도 첨언했다.

■채굴·스테이킹·예치·하드포크·에어드랍으로 얻은 코인 세금 어찌하나

가상자산 업계는 과세 유예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장 3주 뒤인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하기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를 대변하는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지난 5일 가상자산 소득 과세 유예 법안을 연내 통과해야 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KDA는 특히 가상자산을 매각한 뒤 취득가격을 뺀 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만, '취득가격'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지난달 가상자산거래소들과의 간담회에서 취득가액을 ▲일괄 0원으로 상정한 뒤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수정하는 방안 ▲올해 12월31일 종가로 일괄 적용 등을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DA는 세원 입증 책임을 투자자에게 넘길 뿐 아니라 제도 허점을 이용한 '폭탄 과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30일 펴낸 '국내 가상자산 소득과세에 있어서의 주요 쟁점 및 개선 방향' 보고서도 국내 가상자산 과세 제도 정비 수준이 글로벌 주요 국가 대비 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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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해결 과제들도 여럿 짚었다. ▲가상자산 업계를 통합한 과세 정보 시스템 구축 ▲가상자산 대여 소득의 명확한 정의, 사업 소득과의 구분, 필요 경비 인정 범위 명확화 ▲가상자산 양도소득은 장기적으로 기타소득에서 양도소득으로 변경해 규정하고, 타 투자 자산과의 손익 통산 및 이월공제 인정 여부 확정 ▲채굴 사업 소득 과세 요건 고시 ▲지분증명(PoS) 검증 소득 과세 방식 ▲스테이킹·예치 구별 기준 명확화 ▲하드포크·에어드랍·증여재산가액 관련 기준 고시 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효율적인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이 구축되고 민간 부문에서 편의성 높은 가상자산 세액계산 프 로그램이 많이 출시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인프라 확충을 위해선 과세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야 하는 만큼, 당국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