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김치코인 리스크…'싸이월드 코인' 상폐 위기
“집 팔아서 코인 풀매수 들어갔다. 건물주가 돼 돌아오겠다.”

두 달 전 인터넷에서 한 암호화폐 투자자의 ‘인증샷’이 화제가 됐다. 당시 시세가 고공행진하던 싸이클럽(CYCLUB)을 7억8200만원어치 매수했다는 것이다. 싸이클럽 공식 텔레그램 방에서는 “메타버스 시대가 오면 이 코인은 대박이 날 것”이라며 서로를 응원하는 투자자를 수시로 볼 수 있었다. 한때 400원대로 치솟았던 싸이클럽은 최근 4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코인 시장에서 이른바 ‘싸이월드 테마주’로 꼽히는 싸이클럽 투자자들이 떨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은 지난 17일 싸이클럽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빗썸 측은 “재단의 사업 현황 변화에 따라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필요해 이를 위한 방안을 재단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싸이월드 운영업체(싸이월드제트)와 싸이클럽재단의 제휴사(베타랩스) 사이에 벌어진 법적 분쟁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최근 싸이월드제트는 싸이클럽의 시세 조종 의혹을 제기하고, 싸이클럽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는 등 볼썽사나운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또 김치코인 리스크…'싸이월드 코인' 상폐 위기
암호화폐거래소는 코인에 문제가 생겼다고 의심되는 종목을 일단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 이후 재단 측 대응을 지켜본 다음 문제가 풀렸다고 판단하면 투자유의 종목에서 해제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로 간다. 투자유의 종목 지정이 무조건 상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폐가 확정되면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싸이클럽은 사실상 빗썸 한 곳에서만 거래되는 일명 ‘김치코인’이기 때문이다.

최무겸 싸이클럽재단 대표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법원의 가처분 판결이 3월 중순 나올 예정”이라며 “법원이 싸이월드제트 측의 불법 행위를 막아주면 당연히 투자유의 종목 지정도 해제될 것이고, 오히려 안정적으로 사업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격이 뛰면서 거래가 폭주한 싸이클럽을 통해 막대한 수수료를 벌어들인 거래소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싸이클럽은 빗썸에 상장된 MCI라는 알트코인이 지난해 6월 이름을 바꾼 것이다. 원래 MCI는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표방하는 프로젝트였다. MCI가 약속한 사업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백서가 통째로 바뀌었는데도, 상장을 유지하는 게 적절한지 재심사하는 등의 과정은 없었다.

싸이월드 테마 코인이 들썩이는 사이에 정작 싸이월드 재개장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18일 싸이월드제트는 “21일 오전 8시부터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부터 싸이월드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해킹 시도, 앱 심사 지연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연기했다.

한편 암호화폐 시장은 우크라이나 위기 여파로 약세를 보였다. 18일 비트코인 국내 시세는 14일 만에 5000만원 선이 무너졌다. 웨이브릿지에 따르면 이날 국내 4대 거래소의 비트코인 평균 가격은 하루 전보다 7.11% 급락한 495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더리움은 7.36% 내린 352만원을 기록했다.

간밤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험이 매우 크다며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을 쏟아낸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된 것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2000억달러(약 240조원)가 날아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