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반감기를 목전에 둔 코인시장이 복병을 만났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해 중동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고, 금리인하 지연으로 미국 채권금리가 치솟는 등 악재가 터져 나와 코인 가격이 추락한 것이다. 홍콩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을 승인받은 호재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겹악재에 묻히며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코인시장은 4월 14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대규모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출렁이기 시작했다(그래프 참조). 4월 20일 전후로 반감기를 맞는 비트코인은 12일까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가격이 1억 원을 웃돌았다. 그러다 중동 전쟁 우려가 불거진 14일 오전 6시 33분 9500만 원으로 급락했다. 15일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하며 9940만 원대(오후 3시 30분)를 회복했으나 이튿날 중동 불안, 3월 미국 소매판매 증가 등 영향으로 미 국채금리가 상승해 다시 9350만 원(오후 7시 31분)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같은 코인 장세는 국제 정세와 매크로 지표가 동시에 어두운 전망을 보이면서 홍콩발(發) 호재를 상쇄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또 홍콩 ETF 시장은 그 규모가 미국보다 작고 운용 수수료가 높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때처럼 폭발적인 랠리를 이끌기 힘들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관점이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연구원은 홍콩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과 관련해 “많은 자금이 유입될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며 “5억 달러(약 6870억 원)만 확보해도 운이 좋은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감기 3~6개월 후 시작되는 상승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트코인 폭발적 상승에 올라타라’를 쓴 강환국 작가는 4월 18일 전화 통화에서 “중동 지역 확전 우려가 코인시장의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면서 “차트를 분석해보면 2016년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세계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비트코인은 7일 뒤면 가격이 원상 복구되거나 오히려 더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인에 지정학적 사건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중동 전쟁이 현실화하지 않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반감기 이후 상승장이 물 건너가진 않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