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0년형의 절반… ‘솜방망이’ 한국행 노린 권도형

신지호 2024. 3. 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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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로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낮은 형량을 기대하며 끈질기게 한국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형량이 미국보다 가볍다.

법조계에서도 미국과 비교하면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 법제도를 정비하고, 경제사범에 대한 재판부의 온정주의 선고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씨가 한국에서 재판받게 되면 미국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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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美로” 정부·권 측 “韓으로”
가중주의·경제사범 온정 판결 영향
재발 방지 위해 법정형 정비 필요성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는 권도형. 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로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낮은 형량을 기대하며 끈질기게 한국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형량이 미국보다 가볍다. 국내 피해자들조차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도 미국과 비교하면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 법제도를 정비하고, 경제사범에 대한 재판부의 온정주의 선고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의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법무부는 송환이 확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권씨가 한국 국적인 만큼 국내에서 처벌받아야 하고, 한국에 와야 국내 피해자 구제도 수월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을 두고 법조계에선 공교롭게도 정부와 권씨 측 변호사들이 합심해 권씨의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권씨가 한국에서 재판받게 되면 미국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영미법계’인 미국은 개별 혐의 형기를 합쳐 형량을 정하는 ‘병과주의’를 택하고 있다. 징역 10년 선고가 가능한 범죄를 10개 저질렀다면 100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식이다.

하지만 ‘대륙법계’인 한국은 ‘가중주의’를 따른다. 국내 형법은 한 사람이 2개 이상 범죄를 저지른 ‘실체적 경합범’의 경우 여러 혐의 중 최고 형량의 최대 2분의 1을 가중토록 한다. 최고 형량이 징역 10년인 2개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법상 선고 가능한 최고 형량은 15년이다. 이 밖에 형법에선 유기징역 상한을 30년, 가중할 경우 최대 50년으로 정하고 있다.

권씨는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특경법상 사기는 이득액이 한 피해자당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선고가 가능하다. 한국 경제사범 중 역대 최고형은 대법원이 2022년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 대해 확정한 징역 40년이다.

법조계에선 경제사범 법정형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 법체계에서는 피해자가 100명인 사건이라도 피해 액수가 1인당 1억원일 경우 특경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많은 전세사기의 경우 일반 사기죄가 적용돼 법정 최고형이 징역 15년에 그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피해자들을 대리했던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다중 사기 범행이 근절될 수 있다”며 “특경법상 사기 기준에 ‘이득액’뿐 아니라 ‘피해자 수’를 넣는 등 가중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범죄에 미국식 병과주의를 적용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대규모 사기범죄에서 최고형을 정할 때 미국식 병과주의를 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병과주의와 가중주의의 절충식으로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인 범죄에서도 기본적으로 형이 너무 약한 측면이 있다”며 “근본적으론 법정형 하한선보다도 낮게 선고하는 등 형량을 자꾸 깎는 재판부 풍토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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