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는 권도형, '유죄' 장담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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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2. 오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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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으로 송환된다./AP=뉴시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하라는 몬테네그로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면서 권씨에 대한 형사 재판이 한국에서 이뤄지게 됐다. 권씨는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투자자들에게 50조원대 피해를 안긴 혐의를 받고 있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0일(현지시각) 권씨를 한국에 송환하기로 한 포드고리차(몬테테그로 수도)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권씨는 이르면 이번 주 중 항공편으로 한국에 압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로서는 한국 사법 체계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역 100년 이상이 가능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에 불과하기 때문.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가상자산 '증권성' 인정 여부에 따라 권씨가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한국 형법은 한 사람이 여러 죄를 한꺼번에 저지른 경우 가장 무거운 혐의에 대한 형량의 2분의 1까지만 가중할 수 있다. 가중한 형량에도 최대 50년이라는 상한선이 있다. 반면 미국은 각 죄에 따른 형량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별도 상한 없이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어 징역 100년, 200년형 선고가 가능하다.

한국 형행법으로 권씨를 처벌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향후 권씨 재판의 쟁점은 테라·루나의 '증권성' 인정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선 가상자산의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범죄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한 판례도 아직 없다. 테라·루나가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권씨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돼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사법당국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김씨를 의율할 가능성도 있다.이 경우 투자자를 속일 의도(기망)가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이와 관련,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권씨 측은 재판에서 테라가 달러화와의 페깅(가치 고정)이 끊어진 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권씨에게 자본시장법이나 특경법이 인정될 경우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하지만 실제 선고된 사례는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선례가 없어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상하는 분위기"라며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확정된 징역 40년이 현재까지 경제사범에 내려진 최대 형량이다. 양형 기준에 따르면 권씨 최대 형량도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권씨가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형사소송법상 구속기소 된 피고인의 1심 최대 구속기간은 6개월인 만큼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보석 청구 등을 이용해 재판을 끌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오래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실제 형을 선고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금을 돌려받는 차원에서는 권씨를 국내에서 재판받게 하는 게 게 유리할 수 있다. 검찰은 권씨 재산 71억원을 추징 보전한 상태다. 국내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이 돈을 국내 피해자 피해를 보전하는 데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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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금융위·금감원, 지금은 검찰·법무부를 취재합니다.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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