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만에 사라진 돈 '아찔'…1000만원 '비트코인 숏' 쳐보니[리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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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6. 오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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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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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리헐리즘]기자가 대신 경험해본 손실 선행학습-리스크 체험 저널리즘

비트코인 100배 레버리지 숏(하락) 포지션 투자 결과. 25일 새벽 5시 7분(왼쪽), 10분(가운데), 12분 투자 내역. 각각 수익률이 3.08%, -38.80%, -75.37%로 표기됐다.


투자 시작 4분 뒤 3.08% 수익이 났지만 9분 뒤엔 -75.37%가 찍혔다. 10분이 지나선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핸드폰화면에서 수익률 알림창이 아예 사라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마진콜(강제청산)된 상황임을 깨달았다.

기자가 25일 새벽 5시3분부터 해외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선물(futures)마켓에서 비트코인의 하락 시에 수익이 발생하는 숏(하락) 포지션으로 매매한 결과 10분만에 투자 원금인 증거금(margin)을 다 날렸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급락하자 '코인=도박' 발언(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같은 명사들의 '코인 비관론'이 다시 힘을 받을 조짐이지만 고배율 레버리지 코인 선물에선 '하락 베팅'도 거의 도박이다. 해외가상자산거래소에선 통상 높아도 3~5배 수준인 제도권의 각종 파생상품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고배율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선물 파생상품 숏 포지션 투자 실패 상황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업로드되곤 하는 패러디 이미지. 국회의 행사를 모티브로 현수막 등에 임의로 글자를 합성한 게시물이다.
기자는 이날 새벽 5시3분 증거금 약 10만원(73달러)을 넣고 100배 레버리지를 써서 비트코인 숏포지션 거래를 시작했다. 10만원으로 1000만원을 굴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거는 '베팅'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 하락(롱 포지션에서는 상승)해도 '투자 원금(10만원) 대비 수익률 100%(1000만원의 1%)'를 얻는 것이다. 문제는 1%만 상승(롱 포지션에서는 하락)해도 증거금은 강제청산된다는 점이다.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마진콜 기준선은 '1% 변동 미만'이다. 실제 비트코인이 6만5791달러(5시3분)에서 6만6180달러(5시13분)로 불과 0.6% 올랐을 뿐인데 기자는 숏포지션에 건 돈을 다 날렸다. 차트상에선 미미한 움직임이었음에도 거래를 시작한지 4분 만에 -38.8% 평가 손실이 났을 정도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
비트코인은 2월13일만 해도 4만9931달러선이었지만 이달 13일엔 사상 최고가인 7만3750달러까지 47% 급등했다. 레버리지 100배의 롱 포지션 투자를 했다면 한달새 수익률 4700%를 찍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해외가상자산거래소 비트멕스가 압구정 아파트 100채 값인 3700억원 가량을 번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은둔 고수 '워뇨띠'가 코인에 롱 포지션으로 투자 중이라는 추정을 내놓으면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7년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진짜 손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바다이야기'(사행성 게임)처럼 도박같다"는 등 '코인시장 비관론'을 설파한 것이 예측 정확성 측면에서 새삼 갑론을박의 대상이 된 이유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최고경영자)가 가상자산을 가리켜 "유일한 진짜 사용 사례는 범죄자나 마약거래자, 돈세탁, 조세 회피"라고 일관되게 비판해 왔던 것도 도마에 올랐다.
5일 수익권에서 롱 포지션 거래를 종료하기 직전 촬영한 스크린샷.
하지만 '코인 비관론자'의 가르침을 따르더라도 고 레버리지 투자에 손을 댔다간 치명적 손실로 이어진다. 예컨대 '보합권'이라고 표현하는 0.2% 이내 상승도 원금 20%를 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자는 '100배 숏'을 치던 5시13분 100배 롱 포지션도 매수하는 '양방향 베팅'을 하면서 투자 원금은 간신히 지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방향 베팅이 양방향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경고해 왔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의 김민승 연구위원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위험성이 높은 투자상품에 전문투자자만 진입이 가능한 제도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는데 해외거래소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경우 안전장치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롱 포지션 수익으로 숏 포지션 손실분을 만회한 시점은 숏 포지션이 강제청산된 때(5시13분)가 아니라 그보다 12분이 지난 5시25분이었다. 숏 포지션이 청산되던 찰나의 순간에 기자가 롱 포지션을 정리하지 못했고, 비트코인은 '단기 저항선'에 부딪쳐 떨어졌다가 겨우 반등하는 아찔한 순간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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