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비트코인 ETF' 법 논리에 갇힌 금융당국
지난 2일 미국 증시에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BITU)’이라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됐다. 이 ETF는 비트코인 현물 가격의 일간 상승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가령 비트코인 가격이 5% 오르면 BITU는 10% 급등하는 식이다. 일반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 현물 ETF와 비교할 때 변동성이 두 배가량 큰 초고위험 상품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BITU를 3613만달러(약 5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해외 증시에 상장한 전체 주식과 ETF를 통틀어 순매수 규모가 아홉 번째로 컸다.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는 사고팔 수 없지만, 레버리지 ETF인 BITU는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올 1월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하자마자 금융당국은 해당 ETF의 국내 거래를 금지했다. 현행법상 ETF가 기초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항목에 가상자산(비트코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이면에는 비트코인처럼 초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자 하는 판단도 녹아 있었다.

그렇다면 왜 BITU 거래는 막히지 않았을까. BITU의 기초자산은 비트코인 현물이 아니라 ‘비트코인 신탁’이기 때문에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된다. 법적·형식적으로는 거래를 금지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해 놓고, 더 위험한 레버리지 ETF 거래는 허용한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스스로 내걸었던 법 논리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분별한 시장 규제가 더 큰 부작용(레버리지 ETF 쏠림)을 낳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시장에 엄연히 존재하는 투자 수요를 무작정 틀어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둘러싼 논란을 키우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불통’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은행·증권·자산운용 등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15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절대다수인 14명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여러 금융사가 “(당사의) 설문 참여 여부가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찍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등 저명한 인사들이 가상자산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는다. 반면 국내 금융권에서 가상자산은 사실상 금기어로 여겨진다. 그사이 ‘아시아 가상자산 허브’의 꿈은 물 건너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