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카카오·美 리브라 각축전 벌이나 관심 집중
글로벌 소셜미디어 블록체인 전쟁서 텔레그램 아웃
카카오톡으로 암호화폐 전송…‘클립’ 6월 출시
규제당국 우려 걷어낸 페북…연내 리브라 출시

세계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이 앞다퉈 자체 블록체인·암호화폐(가상자산)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는 페이스북 독주 체제를 굳힌 모양새다. 최대 경쟁자인 텔레그램이 최근 규제 앞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암호화폐 관리 플랫폼 ‘클립’ 출시를 앞뒀다. 모두 메시지를 보내듯 빠르고 손쉬운 이용자 경험을 제공해 블록체인 대중화를 목표하는만큼, 시장 경쟁이 어떤 식으로 본격화될 지 관심이 쏠린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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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발 블록체인 생태계 최초로 꿈꾼 텔레그램…규제에 발목

31일 업계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최근 미 연방 법원의 그램(Gram) 토큰 발행·판매 금지 판결의 항소를 철회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TON) 개발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앞서 텔레그램은 2018년 프라이빗 토큰세일을 진행해 17억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금으로 모금했다. 문제는 이 부분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텔레그램의 토큰 세일은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행위로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019년 10월로 예정됐던 톤 출시는 이듬해 4월로 연기됐다.

텔레그램은 법적공방 중에도 테스트 월렛을 출시하고 합의 알고리즘을 공개하며 출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올해 3월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은 SEC 주장을 받아들이고 텔레그램의 그램 토큰 발행과 판매 계획 철회를 명령했다.

2018년부터 꼬박 3년을 공 들인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던 텔레그램은 즉각 항소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투자금 환불 옵션을 제시했다. 하지만 결국 규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셜미디어 발 블록체인 생태계를 최초로 꿈꾼 텔레그램의 꿈이 규제에 발목 잡힌 셈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텔레그램의 이번 항소 철회 결정에 대해 "텔레그램이 사실상 톤 프로젝트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페이스북, 규제당국 우려 걷어내기 나서…리브라 연내 출시 가능할까

규제에 맞선 텔레그램과 달리 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리브라 공개 후 세계 각 금융당국이 우려를 쏟아내자 이를 하나씩 걷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에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디지털 지갑 자회사 칼리브라(Calibra·리브라를 예치하고 송금하는 앱 개발사)를 ‘노비(Novi)’로 리브랜딩했다. 노비 앱이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등과 연동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메신저에서 메시지를 보내듯 리브라를 손쉽게 송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셈이다.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으로 신원 확인을 진행한 뒤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금세탁, 사기 등의 규제당국 우려를 불식시켰다. 외신은 "2019년 리브라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은 후 세계 규제당국이 개인정보 유출과 자금세탁 위험성을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라고 풀이했다.

세계 규제당국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페이스북 노력은 4월에도 이뤄졌다. 페이스북은 글로벌 단일 디지털화폐 개념에서 개별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되는 여러 개 디지털화폐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백서 2.0 버전을 깜짝 공개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2019년 6월 리브라를 선보이면서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여러 법정화폐를 한 데 모아 리브라 중심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이 같은 야심찬 계획에 세계 규제당국은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당시 각 규제당국은 "리브라가 통화 주권을 위협하고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청문회를 진행했다.

한편 리브라 협회는 연내 리브라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신에 따르면 리브라 협회는 현재 스위스 규제 당국과 결제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韓 카카오톡에 클립 통합…암호화폐 저변 확대

우리나라에선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6월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플랫폼 ‘클립’을 탑재시키면서 암호화폐를 실생활로 끌어 들이고 있다.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을 주고받듯이 암호화폐와 관련 서비스를 친근하게 누리게끔 한다는 전략이다.

존 조 그라운드X 대외협력 부문 디렉터는 최근 한 글로벌 행사에 참여해 "6월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플랫폼 ‘클립’이 처음 등장한다"며 "5000만명에 가까운 국내 카카오 사용자는 별도 모바일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암호화폐를 손 쉽게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사용자는 클립을 통해 암호화폐뿐 아니라 디지털화된 모든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기존에 디지털화돼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게임 아이템에 클레이튼(Klaytn,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의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능을 적용하는 식이다. NFT를 적용하면 사용자는 게임 아이템을 토큰화해 특정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현재 그라운드X는 사용자가 클릭 몇 번으로 간단하게 디지털 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도록 서비스 완결성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클립은 카카오 암호화폐 ‘클레이’와 클레이튼 기반 암호화폐를 지원한다. 클레이튼 기반 암호화폐로는 스핀프로토콜과 피블, 에어블록 등이 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