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JP모건·골드만삭스가 같이 뛴다… 어느새 1만달러 넘어선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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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6. 오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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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 3년 차 사원 한모(28)씨는 지난 3월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한 1억원을 모두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쏟아넣었다. 충동적인 투자는 아니다. 한씨는 "가상화폐 광풍이 불던 2017년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한 차례 보았는데, 그 후 꾸준히 공부하며 매달 여윳돈을 조금씩 투자해 왔다"고 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한 3월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한씨를 말리던 직장 동료와 상사들도 이젠 반대로 비트코인에 지금 투자해도 될지 물어온다고 한다.

비트코인

지난 3월 4000달러까지 추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한때 1만2000달러를 넘어서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말 1만9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불과 두 달 만에 반 토막이 나면서 시장에 비명을 유발했는데, 어느새 다시 1만달러 위로 올라섰다. 3년 전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한국 투자자 사이에선 2017년 정부의 '구두 개입' 이후 신규 계좌 발급을 중단했던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제휴를 통해 지난달부터 신규 가입자를 다시 받기 시작한 것이 화제다.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연초 신규 가입자는 하루 평균 500명 수준에서 최근엔 1100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비트코인, 이번엔 다를까.

①'빅플레이어'들이 뛴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최근 흐름은 월가(街) 거물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단 점이다. 비트코인이 '괴짜들의 틈새 투자'가 아닌, 투자의 '주류'로 부상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미국계 헤지펀드 튜더인베스트먼트가 '선두 주자' 격이다. 창업자 폴 튜더 존스가 지난 5월 개인 자산 중 약 1억달러를 비트코인을 사는 데 썼다고 밝혔다. '은둔의 고수'로 불려온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창업자도 비트코인 투자 행렬에 합류했다. 지난 3월 투자를 시작했다.

폴 튜더 존스 회장


세계 최대 가상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에도 월가 헤지펀드의 굵직한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투자금을 9억달러(약 1조 700억원) 모았는데 이 중 84%가 헤지펀드 자금이었다. 헤지펀드의 뭉칫돈이 유입되자 총자산운용액이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었다. 헤지펀드뿐 아니라 하버드·스탠퍼드·미시간대 등 미국 대학 기금이나 공적 연금 펀드들도 속속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을 맡기는 중이다.

대형 투자은행들도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가상화폐 전담 부서를 대폭 확대했다. 기존 은행 업무를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활용해보겠다는 취지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과 쌍벽을 이루는 가상화폐 이더리움 개발사를 2000만달러에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불과 2년 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트레이더는 해고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정반대 행보다. 가상화폐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이 불 때도 대형 투자기관이 나설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국내 은행들도 비트코인 수탁 사업에 뛰어드는 등 비트코인 시장의 '기초 체력'이 10배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②안전자산에 대한 강한 '갈증'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비트코인엔 호재가 됐다. 미국이 현금을 대거 풀어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미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금(金)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일부 투자자는 비트코인이 금과 비슷한 역할을 하리라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의 큰 출렁임을 감안하면 다소 무리가 있는 전망인 듯도 싶은데, 일부 전문가의 의견은 일리가 있게도 들린다. 이들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무제한' 수준으로 찍어대는 달러와 달리, 공급이 한정적이고 복제 또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을 금에 빗댄다.

존스는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1970년대 금이 안전자산으로 급부상했던 때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JP모건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 "베이비붐 세대가 금을 안전자산으로 여겼듯이, 밀레니얼 세대는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여긴다"라고 분석했다.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는 최근 Mint에 "물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증시가 급락했을 때)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많이 내다팔았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비트코인은 투기성 자산에 가깝다"며 "비트코인의 가격은 도리어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③이번엔 정부도 "준비됐다"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책을 정비 중인 점도 최근 비트코인 투자가 늘어난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이 원인은 비트코인의 무정부주의적 본질을 감안하면 다소 모순적이다. 하지만 규제가 잘 정비되면 가상화폐가 제도권 금융기관의 거래 자산에 정식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달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이 은행의 가상화폐 수탁 서비스를 허용했다. 고객의 가상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이지만, 장차 가상화폐를 활용한 여신·결제 등의 서비스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한국도 내년 3월부터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회사는 실명 확인을 거친 입·출금 계좌를 취급해야 하고, 투자자의 거래 명세도 기록하고 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구입하려면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사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거래소에 더 많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자산팀 과장(‘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은 "2017년엔 규제가 불명확했으나 지금은 대기업이 들어올 안정적인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며 "다만 고위험 투자인 점을 명심하고 늘 공부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민우 기자 nam@chosun.com] [최은경 기자 g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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