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다시 꿈틀-안전자산 대접…비트코인 2만弗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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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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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만명에서 518만명.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6월 대비 7월 월간 방문자 수(이더랩 자료)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비트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제휴해 신규 가입자도 받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도 신규 가입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데 연초 대비 올해 7월에는 월 단위 신규 가입자 수가 2배 넘게 늘었다. 빗썸 관계자는 “비트코인 영향이 크게 작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비트코인은 한때 1비트코인당 2만달러(2017년)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이후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다 코로나19사태가 심각해지던 지난 3월에는 1비트코인당 4000달러대로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 다시 1만달러를 돌파했는가 하면 한때 1만2000달러를 넘어서면서 1년도 안 돼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린 이들이 나타났다. 최근 다시 비트코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비트코인 재급등하나

▷올해 3월 4000달러서 3배 급등

비트코인 투자 붐이 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런 배경에는 암호화폐 지위가 향상됐다는 점이 첫째로 꼽힌다.

그동안 암호화폐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이와 관련 각국은 암호화폐 양성화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세수를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

올해부터 다른 자산과 같은 규정 아래 과세를 시작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 국세청(IRS)은 올해 세금 신고분부터 가상자산 투자 여부를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암호화폐 수익을 다른 소득과 합쳐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올해 하반기 관련 규제법 초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도 내년 3월 암호화폐 사업자 신고제를 담은 특정금융정보법, 일명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사업자 범위와 신고조건 등을 명시한 시행령을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재조명받는 또 다른 이유로는 전통 금융사의 시장 참여를 들 수 있다.

암호화폐 전문 자산운용사로 떠오르고 있는 그레이스케일은 2013년 이후 매년 자산운용액(AUM)을 늘려 비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리플, 이더리움 등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그레이스케일의 AUM은 50억달러(약 5조 8000억원)를 돌파했다. 그레이스케일의 선전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이 자산운용사에 돈을 넣는, 즉 간접 투자하는 상당수는 종전 금융권 업체다. 또 자산운용사는 전통 금융기법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요소는 암호화폐도 ‘시장성이 있고 가동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

피델리티도 가상자산 서비스 자회사 ‘피델리티디지털에셋’을 만들고 비트코인 투자 관련 보고서는 물론 관련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주류 헤지펀드 중 하나인 튜더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 폴 튜더 존스가 1억달러를 암호화폐에 개인 자격으로 직접 투자했다고 밝혀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파생상품과 새로운 서비스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디파이(DeFi)’가 대표적이다. 디파이란 ‘Decentralized Finance(디센트럴라이즈드 파이낸스·탈중앙화 금융)’에서 영문 약자 ‘디(De)’와 ‘파이(Fi)’를 결합한 새로운 용어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반 아래 암호화폐 담보 대출, 가상자산 교환 거래(유니스와프)와 마진거래(dYdX·디와이디엑스), 달러고정코인 발행(메이커·다이코인) 등 파생금융 서비스를 이르는 말이다.

블록체인 통계 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 시장은 연초만 해도 7000만달러가 채 되지 않았지만 최근 8월 기준 61억달러(약 7조원)를 돌파할 정도로 화끈하게 성장하고 있다.

문호준 디스트리트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는 “디파이의 대유행과 함께 암호화폐가 일반인에게도 보다 친숙하고 또 보유 암호화폐로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비트코인은 물론 암호화폐 전반적으로 시장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도 암호화폐 투자 관심도가 덩달아 올라가는 배경이다.

김현근 빗썸 전략기획팀장은 “어차피 저금리 기조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만한 투자 상품이 많지 않다는 점, 실물경기 위축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 심리, 각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오를까

▷2만달러 간다 vs 급락 우려 팽팽

일단 암호화폐 시장 주목도가 높아졌다면 다음 관심사는 시세다.

비트코인이 올랐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향후에도 이 상승세가 계속될지 여부를 놓고는 전문가 시각도 엇갈린다. 자칫 다시 2017년처럼 급등 후 급락 장세가 이어지면 시장은 외면받을 수도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액 자료를 보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2015년 5812억원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던 2017년에는 619조원, 이듬해에는 936조원으로 절정에 달했다. 그러다 폭락장세가 펼쳐지면서 지난해에는 487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비트코인이 1만2000달러를 돌파했다 2000달러 가까이 떨어지면서 ‘단순 조정’에 그칠지 다시 폭락 장세로 갈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꽤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우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마이크 맥글론(Mike McGlone)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꾸준한 공급과 시장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비트코인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다. 비트코인이 1만2000달러 벽을 일시 돌파한 만큼 상승 추진력은 충분히 축적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상황은 지난 2017년 10월 (급등세) 당시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2만달러 돌파도 예상했다.

문호준 애널리스트도 “최근 국내 가격 기준 1500만원 돌파 때 보통은 매물이 쏟아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시사점이 많다.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내놓는 사람이 적다는 말이 된다. 앞으로 상승 여력이 더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물론 반론도 꽤 있다.

암호화폐 투자 위험도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공포와 탐욕지수(Fear & Greed Index)가 최근 ‘극단적 탐욕(Extreme Greed)’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김현근 팀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도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시장에 악재가 나올 경우 지난 3월처럼 급락할 수도 있는 만큼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4호 (2020.09.02~09.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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