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앵커 :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통합된 시장(integrated market)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치 않으세요? 펀더멘털을 무시하고 주가가 이렇게 올라도 되나요?

차마스 : 게임스탑(GME)이 140% 공매도 됐을 때 통합된 시장에 대한 의문이 시작된 겁니다.

두 사람은 한참을 싸워요.

월가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CNBC 앵커가 펀더멘털, 결국 개미들이 손해보는거 아니냐, 이런 말을 합니다.

차마스는 개미들은 잘못 없다, 조직화된 헤지펀드가 문제다, 어떻게 발행 주식보다 많이(140%) 공매도를 치냐, 이런게 통합된 시장에 의문을 들게 하는 거다, 하면서 진짜 침튀기며 싸웁니다.

월스트리트베츠(WSB) 가이들이 이 영상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짐작이 가시죠.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 스리랑카 출신이구요. 페이스북 임원도 했습니다. 소셜 캐피탈이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벤처 투자도 하고, 인수목적회사 스팩(SPAC)으로 재미도 많이 본 선수죠.

차마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난 GME 기사를 보고 이 종목 콜옵션에 투자했답니다. CNBC 인터뷰 당시에는 포지션을 모두 정리했다고 트위터에 공개했어요. 번 돈은 기부한다고도 했죠.

이 인터뷰에 등장하는 ‘통합된 시장에 대한 의문’,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으세요?

# WSB와 분노한 개미들
WSB의 지지를 받는 GME, AMC 등의 주가는 지난 금요일에도 급등했습니다.

모바일 증권사 로빈후드는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었습니다. GME 매매를 묶었다, 풀었다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로빈후드에서 GME 매매는 지금도 1, 2주로 제한돼 있어요.

이번 WSB 현상은 월가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의회가 나서고,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조사를 한다고 하니까요.

SYZ 프라이빗 뱅킹의 루크 필립은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의 새로운 행위자가 됐다는 GME 스토리를 사람들이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조직화된 기관, 헤지펀드들이 돈 벌겠다고 GME 발행 주식 수 보다 많은 공매도를 쳤고, WSB의 스퀴즈에 걸린거죠. “어떻게 100% 넘는 공매도가 가능하냐? 이넘들 너무하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비슷한 분노가 표출된 적이 있어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 시위도 있었어요. 지금 WSB에서 활동하는 개미들이 당시에는 10대였죠. 부모님들이 실직 당하고, 집에서 쫓겨난 경험도 있었을 거에요. 정작 사고를 친 대형 은행, 기관 투자자들은 구제 금융을 받았죠.

이 때 뭐가 나왔죠? 사토시 나카모토가 채굴한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 1면에 난 구제 금융 기사를 이 블록에 새겨 넣었습니다.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 2009년 1월 3일자 “총리, 은행에 대한 두 번째 구제금융 임박” 기사 제목이 들어있다.

# 탈중앙화 이념
통합된 시장에 대한 의문, 조직화된 기관투자자의 횡포, 이런 표현들은 다수의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시스템에 대한 반항이죠.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이 추구하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이념입니다.

차마스 인터뷰로 다시 가보죠.

앵커가 GME 주가가 정당하냐는 식으로 얘기하니까, 차마스는 이렇게 받아칩니다.

“모멘텀 투자, 펀더멘털 투자, 그리고 그냥 유명인을 따라하는 투자, 자유시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헤지펀드의 모멘텀 투자는 정당한 것이고, 개미는 모멘텀 투자를 못한다고 생각할 이유가 있냐, WSB에도 심도 있는 펀더멘털 분석가가 많더라…

그러면서 공매도의 부당함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요지는 이거에요. 발행 주식보다 많은 공매도가 정당한가? 이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 된다면 과도한 공매도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WSB의 스퀴즈도 없었을 것이다. 왜 개미를 탓하나?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자는 얘기도 블록체인 기술 이념 중 하나죠.

# “로빈후드를 처단하라”
WSB 가이들이 로빈후드를 성토한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사실 로빈후드는 WSB의 힘을 만들어준 주역이죠. 개미들이 수수료 없이 GME를 살 수 있게 해주는 인기 앱이니까요.

지금은 역적이 됐죠. 왜 매매를 제한하냐는 거에요. “로빈후드 이넘도 월가 앞잡이구만.”

차마스는 최근 트위터에 로빈후드를 비난하는 글도 올렸습니다. “페이스북과 로빈후드는 같다. 둘 다 당신들이 고객인 것처럼 생각하게 속인다. 그러나 사실, 당신들은 상품이고, 당신들의 데이터는 자산이다. 그들의 진짜 고객들한테 이 자산을 팔아 넘긴다. 그것도 당신들 비용으로. 더이상 속지 말라!”

이렇게 되니까, 중앙 통제를 받지 않은 주식 거래도 생각하게 되잖아요. DEX, DeFi, 개인 생성 정보의 자기주권, 이런게 연상됩니다.

차마스는 로빈후드를 대신할 앱 세 개를 트위터에 직접 언급합니다. SoFi, CashApp, public.com

# 탈중앙화와 거버넌스
캐시앱은 스퀘어에서 운영하는 결제 앱이죠. 퍼블릭닷컴에서는 로빈후드처럼 주식 투자가 가능해요.

소파이(SoFi)가 남았군요. 이 회사는 지난 7일 차마스가 만든 SPAC인 소설캐피탈히도소피아홀딩스V와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차마스가 자신의 사업을 깨알 광고한 거죠. 트위터에 이점을 밝혔고, 개인적으로 바이어스가 있다고 했습니다.

소파이는 원래 학자금대출 전문 기업이었는데요. 각종 은행 업무부터 주식 투자까지, 금융과 관련된 모든 걸 하겠다며 몸집을 키운 핀테크 기업입니다. 그리고 암호화폐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이 번쩍 들게 됩니다. 차마스가 만든 SPAC에 누가누가 투자했을까요? 브릿지워터 등 유명한 헤지펀드들 이름이 주루룩 등장합니다.

아이러니죠. 차마스가 그렇게 비난한 조직화된 헤지펀드들을 여기에 다시 보다니…

이념으로, 구호로 탈중앙화를 얘기하는 것은 공허해요. 거버넌스가 없으면 또 다른 중앙화된 조직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겁니다.(탈중앙화와 거버넌스 문제는 이 기사를 한 번 읽어보시기를…)

소파이가 역적 로빈후드를 대신할 수도 있겠죠. 소파이에 투자한 헤지펀드와 그 헤지펀드에 투자한 부자들은 다시 큰 돈을 벌겁니다.

Yes, This is Wall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