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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가상화폐거래소 징역형 처벌

이새하 기자
입력 : 
2019-03-28 17:47:09
수정 : 
2019-03-28 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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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의원 특금법 발의

신고않고 영업하다 적발땐
최대 징역 5년 받게 법 개정
상호 바꾼 후에도 신고해야
업계 본격 구조조정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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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가상화폐 거래소를 영업하다 적발되면 최대 징역 5년형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국회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28일 금융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무면허' 영업했던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상호와 대표자 이름 등을 신고해야 한다. FIU는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감시하는 금융위원회 소속 기관이다. 만약 신고 없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상호를 바꾸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예컨대 '파산'을 선언했다가 몰래 이름만 바꿔 다시 영업해도 처벌을 받는다. 애초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제윤경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안보다 강화된 조항이다. 게다가 FIU는 거래소 대표나 임원의 이전 범죄 이력을 보고 신고를 거절할 수도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강화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에 맞추는 것"이라며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엔 불리할 수 있지만 투자자 보호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150개에서 많게는 2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처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에 직접 나서는 이유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금세탁 방지' 의무가 한층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FATF는 지난달 회원국에 금융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ATF가 7월 한국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을 시작하기 전에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시중은행에 '벌집계좌 강제회수 권한'을 주는 조항도 담겼다. 벌집계좌란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체 법인 계좌로 직접 투자금을 받는 계좌를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으로 이러한 벌집계좌를 관리해왔다. 실명 확인된 계좌만 거래를 허용하는 식이다. 벌집계좌는 자금세탁 가능성이 크고 해킹 등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들 돈이 뒤엉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단 벌집계좌로 흘러간 돈은 개인이 아닌 거래소 뭉칫돈으로 관리된다. 고객이 돈을 빼내고 싶어도 거래소가 안 해주면 소송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에 적극 나서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지금 가이드라인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중소형 거래소 코인이즈가 거래를 중단한 NH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에서 법원은 거래소 손을 들어줬다. 가이드라인은 의무가 아닌 은행 재량이라 거래를 중단할 이유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이후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우후죽순 벌집계좌를 운영했다. 이처럼 유명무실화된 가이드라인 때문에 중소형 거래소 투자자들 피해가 잇따랐다. 최근 코인업 대표는 수천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또 다른 중소형 거래소 트래빗도 최근 보이스피싱 등을 이유로 원화 출금을 막았으며 돈줄이 묶인 투자자들이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의원입법이 만들어지면 가상화폐 업계는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세탁 방지 의무가 부과되면 거래소가 일일이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시해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래를 걸러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조차 영업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중소형 업체는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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