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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액 벌써 10조원, 전세계 CBDC 주도권 잡은 '디지털 위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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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월 4일부터 17일간 개최된다. 그간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인간 기술의 진보를 체감해 왔다. 최첨단 경기복과 장비, 최첨단 경기장과 계측시설 등이 선보였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경기장 밖에서도 디지털 올림픽을 구현할 모양이다. ‘디지림픽’이라 부를 만하다.

올림픽 기간 중 참가 선수와 코치들은 모두 손목에 밴드를 끼고 다니게 된다. 한국 놀이공원에서의 자유이용권 밴드를 연상케 한다. 이들은 선수촌 내 편의점과 커피숍 등 편의시설을 다닐 때마다 결제 장치에 밴드를 갖다 대 값을 치른다. 선수단 외 해외에서 온 올림픽 방문객들은 휴대폰에 깔린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불한다.

이런 시스템들의 지불 수단은 디지털 위안화(e-CNY)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최근 디지털 위안화를 보관하는 전자지갑 앱을 안드로이드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중국 교통은행 직원이 2021년 6월 16일 베이징 환러구(歡樂谷) 테마파크에서 디지털 위안화 월렛 사용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 교통은행 직원이 2021년 6월 16일 베이징 환러구(歡樂谷) 테마파크에서 디지털 위안화 월렛 사용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다. 지폐나 동전으로 된 실물 위안화와 똑같은 자격을 가진다. 다른 국가들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이 디지털 화폐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계획이다. 이번 올림픽이 디지털 위안화 쇼케이스 무대인 셈이다.

지금까지 화폐 결제 수단은 실물 화폐로부터 다양한 형태들로 진화해 왔다. 먼저 신용카드가 생겨났고 한국 삼성페이나 중국 알리페이 등 휴대폰 앱을 통한 결제방식이 가세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도 탄생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이들 대체 결제 수단의 특성을 살린 법정 화폐다.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지만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통제한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으로부터 증거금을 받고 그만큼의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휴대폰에 전자지갑 앱을 깔고 필요한 만큼의 디지털 화폐를 지급받을 수 있다. 고객은 물건을 구매할 때 전자지갑의 QR코드를 찍어 결재한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지난해 11월 8일 기준 개설된 개인 디지털 위안화 지갑이 1억2300만 개, 누적 거래액이 560억 위안(약 10조3500억원)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CBDC)를 정식 유통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이제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부터는 시범 도시에서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험 사용을 시작했다. 신용도 등 일정 자격을 가진 주민들 중 추첨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고 디지털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업소에서 결제를 해보는 것이다. 현재 중국 당국이 지정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지역은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청두(成都), 시안(西安), 창사(長沙) 등 10개 주요 지방도시와 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이다. 이들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받은 사람들은 타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중국 교통은행 베이징 지점 소속 은행원(사진 왼쪽)이 6월 16일 한 여행객에게 디지털 위안화 지갑 개설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 교통은행 베이징 지점 소속 은행원(사진 왼쪽)이 6월 16일 한 여행객에게 디지털 위안화 지갑 개설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개인 간 결제 수단을 넘어 월급 지급과 기업 간 거래(B2B)에도 시험 적용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은 상하이 등 일부 지역 직원들의 월급을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했다. 이들 지역에선 디지털 위안화만으로도 경제생활이 가능한 정도가 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3월엔 해운업체들을 대상으로 결제 시험이 이뤄졌다. 최근엔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을 통해서도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의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가열되는 국면에서 미국은 기축 통화인 달러의 힘을 활용해 다각도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를 통해 달러 의존도를 줄이면 미국·유럽 등이 국제 결제·청산 시스템 통제권을 이용한 중국 제재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포석이다.  

장래엔 디지털 화폐가 달러를 대체하는 국제 결제수단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새로운 통화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한 기획으로도 해석된다. 미국도 최근 연방준비제도(Fed)가 디지털 달러화에 대한 백서를 발간하는 등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관람객들이 9월 5일 '2021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최지 중 한 곳인 서우강(首鋼)산업단지에 마련된 디지털 위안화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관람객들이 9월 5일 '2021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최지 중 한 곳인 서우강(首鋼)산업단지에 마련된 디지털 위안화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패 방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모든 거래가 정부 당국에 의해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소장은 “(디지털 위안화) 실명제가 큰 액수의 부패·뇌물 사건과 돈세탁 사건에 관한 조사와 자금 추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잖아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을 위해 디지털 위안화 결제 장치를 가게마다 설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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