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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100개 심사해도 상장은 1개도 안될 수도"…빗썸 대표 인터뷰

명지예 기자
입력 : 
2022-02-06 16:47:20
수정 : 
2022-02-06 2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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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영 빗썸 대표

가상자산거래소 존재이유는
고객 몰리는 좋은 코인 공급

책 한 권 분량 서류 심사해도
100개 중 1개 통과 어려워

가상자산 트렌드 촉진 위해
블록체인 콘텐츠도 거래할것
사진설명
"가상화폐(코인) 100개를 심사하면 그중 빗썸에 상장되는 건 한 개도 안 된다. 그 한 개의 코인을 상장시키기 위한 심사서류를 모으면 책 한 권이 나온다. 그만큼 빗썸이 국내 어느 거래소보다 까다롭게 심사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허백영 빗썸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의 본질은 여전히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좋은 코인을 공급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판매업은 좋은 상품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좋은 상품에 고객이 몰리기 때문이다. 거래소 입장에서 상품은 코인이다. 상품성 있는 코인이 상장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위험성도 크다. 자칫하여 사기성 짙은 코인을 가져왔을 때 그 책임은 거래소로 고스란히 넘어간다. 허 대표가 빗썸의 핵심 역량을 까다로운 상장에서 꼽은 이유다.

허 대표가 기본을 중시하는 건 그가 전통 금융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2017년 가상화폐업계에 들어서기 전까지 한국씨티은행과 ING증권 등에서 일했다. 그러던 그가 가상화폐 세계에 들어선 건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면서다. 그는 "화폐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비트코인을 알게 됐고, 대안 화폐로서의 개념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던 허 대표는 당시 확장되던 빗썸의 채용 공고를 보고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금융회사를 만들려면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채용담당자가 아예 같이 일을 해보자고 하면서 가상화폐업계에서의 경력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런 허 대표가 이끌기에 빗썸은 꼼꼼하게 상장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 빗썸은 현재 두 단계에 걸쳐서 상장 심사를 한다. 상장 문의가 들어오면 외부 위원회가 먼저 코인 백서를 살펴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 문제가 없다면 빗썸 내부에서 해당 코인 사업 모델의 합리성과 기술적 결함 여부를 살핀다. 허 대표는 "금융당국에 빗썸의 단일 코인 상장 심사 결과 표본을 제공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난색을 표하더라"면서 "꼼꼼하고 치밀한 상장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은 대표인 저에게도 전혀 공유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빗썸의 정체성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콘텐츠 거래소로 확장될 것이라고 짚었다. 빗썸의 미래 비전으로 허 대표는 "모든 블록체인 콘텐츠를 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기존 코인은 물론 대체불가토큰(NFT)까지 모두 거래할 수 있도록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출범한 빗썸은 지난해 11월 정식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을 획득했다.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지난달 고객확인제도(KYC)도 시행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시장 호황 덕에 빗썸은 지난해 역대 최고 규모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연말 결산 기준 빗썸 매출은 1조원을 넘겼다. 2020년 말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실적이다. 빗썸은 지난해 3분기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달 신규 회원은 1년 전보다 63% 늘었다.

그는 "증권형토큰발행(STO) 같은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가상자산화 물결을 촉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STO란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한 주식, 채권, 예술품 등 구체적인 자산에 근거해 발행된 토큰에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고 배당을 받는 방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STO 관련 개념 검증에 나섰고 올해 안에 관련 제도 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STO는 24시간, 365일 거래를 할 수 있고 1주 이하 소액 투자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허 대표는 가상자산업권법에 대한 생각도 공유했다. 그는 "코인을 만든 사람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해야 하는 등 지금 얘기되는 업권법으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코인을 국내에 상장할 수 없다"면서 "세계시장 관점에서 바라본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제작자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코인인 데다가 이더리움은 제작자가 한국에 상장하기 위해 FIU에 직접 신고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한국의 경우 전부 신고제로 해서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취지가 역설적으로 양질의 세계적인 코인이 상장되지 못하게 막는 셈"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맞는다고 보여도 수개월 후에 보면 이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로 향하는 코인 가격 급등락 의혹에 대해 허 대표는 거래소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격 급등락은 24시간 내내 빠르게 거래되는 코인의 특성에서 오는 것이지 거래소가 사기를 치는 게 아니다"며 "일부 있는 코인재단들의 이상 거래, 유통량 속임 등에 대해선 사전에 철저하게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상장이라고 재차 짚었다. 그는 "누군가 좋은 상품을 새로 만들었을 때 시장에 소개하는 게 거래소가 할 수 있는 역할이고 공적 이익이 있는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상품을 소개하기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허백영 대표는… △1976년 출생 △서울 보성고 △홍익대 기계시스템공학과 △한국씨티은행, ING증권 △2017년 빗썸 사업기획·컴플라이언스 총괄 △2019년~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위원장 △2020년~ 빗썸코리아 대표이사

[명지예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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