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IT·과학

"코인 잘못사면 휴지조각"...승자가 모든 걸 가져간다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
입력 : 
2022-02-12 18:01:01
수정 : 
2022-02-13 06:53:29

글자크기 설정

게이미피케이션의 미래 (3)
[황순민 기자의 '더 테크웨이브'] 게임은 일찍부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은 가장 오래된 교육 훈련 수단이었습니다. 아랍 왕족들은 후계자에게 전략과 전술을 가르치기 위해 체스 게임을 사용했습니다. 메타버스가 현실화하고 게임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전통적인 게임산업 외에 산업, 경제, 금융,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분야에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상 속에 게임이 스며들면서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이 새로운 미래로 떠오르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은 20년 전 등장한 '에듀테인먼트' 유행을 넘어서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테크웨이브'는 연재를 통해 각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양상을 분석합니다.



사진설명
위메이드의 글로벌 히트 P2E 게임 미르4. <사진제공=위메이드>
◆가상화폐 발행하는 K게임사들··· 3N도 뛰어들어 국내 게임사 컴투스가 자체 가상화폐 'C2X토큰' 발행에 나섰습니다. 이 회사는 일찍부터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낙점했죠. 최근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C2X토큰'을 발행했습니다. 싱가포르 계열사를 통해서 토큰을 발행했고 아직 가상화폐 거래소 상장 등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발행하는 코인은 자체 메타버스 '컴투버스'와 블록체인 기반 자체 게임 플랫폼 활성화에 쓰이게 됩니다.

컴투스를 시작으로 올해 메타버스와 돈 버는(P2E)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게임사들의 가상화폐 플랫폼 경쟁에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코인을 발행했거나 발행 예정인 주요 게임사는 카카오게임즈(보라), 위메이드(위믹스), 컴투스(C2X), 넷마블(넷마블코인), 네오위즈(네오핀토큰) 등입니다.

국내 게임업계 메이저 회사인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모두 블록체인·NFT 게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이 중 넷마블은 다음달 중으로 자체 가상화폐인 '넷마블코인'(가칭)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 코인은 올해 내놓는 블록체인 게임들의 기축통화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이번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발행 후 곧바로 중앙화 거래소에 상장하지 않고,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통해 교환 가능한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머지않은 시점에 중앙화 거래소 상장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체 가상화폐인 보라의 리브랜딩을 선언했습니다. 사업을 주도할 법인 프렌즈게임즈 사명을 '메타보라'로 바꾸기까지 했죠. 보라를 통해 메타버스·NFT 사업을 추진한다는 야심입니다. 보라를 기반으로한 DEX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을 비롯해 카카오엔터와 접목할 NFT 거래소, 보라를 기반으로 한 P2E 게임 등 다량의 신규 서비스와 콘텐츠 프로젝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밖에 네오위즈는 올 1분기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과 자체 가상자산(네오핀토큰)을 발행해 P2E 게임을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진설명
◆게임사들의 가상화폐공개(ICO) 진짜 이유는? 게임 그 자체가 메타버스, NFT, P2E 게임 등 '토큰경제'를 구현하고 이를 사업모델로 만들기에 최적화된 구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가상화폐공개(ICO)에 나선 이유기도 하죠.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로 새로운 판이 열리면서 게임사들은 새로운 야심을 품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게임사들의 플랫폼 전략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른바 P2E와 메타버스 생태계의 구글이 되겠다는 것이죠. 더 이상 자사 게임만을 위주로 판을 짜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주요 게임사들이 단순히 게임을 공급하는 공급자가 아니라 게임판 전체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P2E 생태계를 구축할 때 관건은 양질의 콘텐츠(게임)와 화폐(코인)입니다. 유저베이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좋은 콘텐츠(게임)와 서비스가 기본이어서 앞으로 게임 회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이번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체 토큰인 '보라'를 기축통화로 한 플랫폼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보라는 처음 설계할 당시부터 게임 플랫폼으로 설계·디자인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이고, 퍼블리셔 경험이 풍부한 카카오게임즈는 다른 회사보다도 게임 플랫폼으로서 준비가 잘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조 대표는 P2E 게임에 대해 "단순히 돈을 버는 게임으로서의 측면이 아니라 '게임 본연의 재미를 갖춘 상태에서 토큰 이코노미가 더 큰 재미 요소를 강화시켜줄 수 있느냐'와 '게임을 서비스 하는 주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소유권들을 게임 유저들에게 얼마나 넘겨줄 것이냐'는 부분들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토큰 경제를 접목한 게임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지요. 모바일 마켓 초기에는 아이디어 좋은 게임들이 성공했으나, 중기 이후에는 완성도와 재미, 모바일 게임에 맞는 특성을 장착한 게임들이 대세로 자리 잡았듯 같은 성공 방정식이 P2E 마켓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게임사 가상화폐공개(ICO)'뜨거운 감자' 된 이유는?

사실 게임 회사의 ICO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를 팔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공식화하면서부터죠. 이 같은 기업 자금 조달 방식은 국내 최초 사례여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그간 코인을 팔아 회사 운영금에 쓴 사례는 있지만 상장사 인수에 쓰인 적은 없었기 때문이죠. 자금을 확보해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코인 가치도 올릴 수 있다는 게 찬성 쪽 의견입니다. 반면 투자자 보호 미흡과 규제 가능성 등은 상당한 리스크이고 시장에 혼란을 주는 행위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보다 자금 확보가 수월한 ICO를 '화수분'으로 활용하는 회사가 더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발행 주체가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이유로 ICO가 금지돼 있죠. 이 때문에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해 국내외 가상화폐거래소에 위탁판매 형태로 상장하는 우회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국내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싱가포르 등 해외 ICO 준비를 문의하는 국내 고객사 숫자가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가상화폐 토큰 이코노미는 제각각

게임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게임 유통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토큰 이코노미 정책에 있어서 위메이드와 다른 회사들의 전략에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습니다.

컴투스는 자체 가상화폐 매각을 통한 생태계 활성화나 M&A 자금 확보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백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길 예정이죠. 대신 컴투스홀딩스는 11일 신사업 강화를 위해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블록체인 신사업 강화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도 지난 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코인 이코노미 관련해서는 100% 확정된 답변을 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자체 발행 코인을 시장에 매각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위메이드는 이번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코인 유동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또 위믹스 가격이 200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10달러씩 상승할 때마다 총 발행 물량의 1%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누적으로 총 발행 물량의 20%를 소각한다는 계획입니다. 위메이드가 구상하는 게임 생태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위메이드 플랫폼 '위믹스'에서 기축통화로 쓰이는 위믹스코인의 가격 방어가 필수적입니다. 최고의 가격 방어 전략은 결국 생태계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게 위메이드 측 생각입니다. 위믹스 플랫폼에서 양질의 게임이 많아질수록 코인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위믹스를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죠.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손해는 누군가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관점이 먹히는 시대가 아니다"며 "주가와 코인 가치를 모두 올리는 플러스섬 게임을 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고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새 먹거리 발표에도 게임사 주가는 폭락···"구체적 사업모델 없다"

지난 10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내린 종목 상위 5개 가운데 게임주가 4개를 차지했습니다. 위메이드(-28.89%), 위메이드맥스(-28.84%), 컴투스홀딩스(-15.69%), 네오위즈홀딩스(-14.69%)등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죠.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P2E 게임과 플랫폼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고, ICO를 했다는 점입니다. 또 그간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관련주로 분류돼 주가가 폭등했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게임사들의 실적 평가 시즌과 맞물려 "게임 회사들이 그간 메타버스·블록체인 비전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BM)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그동안 낀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지는 단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컴투스홀딩스 주가는 11일 실적발표 후 대폭 반등하기도 했습니다. 주가 변동폭이 하루가 다르게 커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블록체인과 NFT를 접목한 메타버스·P2E 플랫폼으로 간다는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은 없습니다. 신사업에 모든 회사가 칼을 빼들면서 시장이 과열됐고 일정 부분 거품이 낀 것도 사실입니다. 트레이딩이 아닌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옥석 가리기에 나설 때가 된 것이죠. 플랫폼 시장은 승자 독식의 원칙(Winner Takes it All) 원칙이 가장 확실한 사업 부문으로 꼽힙니다. 승자가 되지 못하는 기업이 발행한 코인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어쩌면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황순민 기자]

사진설명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