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고 정부 재정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였던 엘살바도르가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위기로 덩달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그럼에도 “매일 1비트코인씩 사들이겠다”며 앞으로도 매입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나이브트래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손해액은 6716만달러(약 900억원)에 이른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총 1억716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2381개를 사들였다. 개당 평균 매입가는 4만5000달러지만 이날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만6000달러대에 그쳤다. 약 63%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내년 1월까지 6억6700만달러의 국가 부채를 갚아야 하지만 재정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85%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 국가 신용등급을 각각 CCC, CCC+로 평가하고 있다. 중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차례 엘살바도르에 재정 안정성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것을 철회하라고 권고했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주권 개입”이라며 거부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FTX 붕괴로 암호화폐 가격 약세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일부터 매일 1비트코인씩 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테라USD·루나 사태와 7월 암호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스캐피털(3AC) 파산 이후에도 “저점 매수 기회”라며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였다. 영국 가디언은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 도박꾼’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