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에서 하루 새 8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인출이 발생한 것은 13일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이 "팍소스와 바이낸스 간 관계를 조사하는 데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팍소스는 바이낸스와 계약해 스테이블코인인 BUSD를 발행하는 업체다. BUSD 유통 규모는 160억달러(약 20조4640억원)에 달한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해당 토큰을 증권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업계는 이 같은 당국의 처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SEC가 'BUSD가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데 대한 충격이 크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고객 예치금을 토대로 해당 규모만큼 발행된다. 예치금은 안전자산인 달러나 국채 등으로 보관된다. 그동안 가상자산업계는 법정화폐 기반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가격이 법정화폐에 고정되기 때문에 투자성이 없고 증권성도 없다'고 판단해왔다.
일각에서는 BUSD를 발행해온 팍소스가 회계상 사기를 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BUSD는 자체 네트워크가 아닌 이더리움이나 BNB 등의 네트워크를 빌려 발행된다. 이때 BNB 네트워크상의 BUSD 수량이 BNB의 가격 상승을 위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BNB는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운영하는 코인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국내 거래소도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업비트의 스테이킹 서비스다. 업비트가 일정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들의 이더리움을 모아 스테이킹하는 형태다. 빗썸은 스테이킹뿐 아니라 네트워크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주는 빗썸플러스, 코빗은 예치만 해도 코빗이 자산을 운용해 거둔 수익을 나눠주는 예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국내 거래소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제공하는 스테이킹 서비스가 크라켄의 서비스와 달라 증권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업비트는 "이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라 증권성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에 의해 토큰증권(STO)이 도입되면서 기존에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던 코인 중 증권형 토큰에 해당할 수 있는 코인이 나올 수 있는 것도 투자자들에겐 잠재적 위험이다. 이처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업비트의 지난 24시간 거래량은 1조7534억원으로 직전 24시간 대비 16.65%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14일 국내에 유통 중인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원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금감원은 "가상자산이 증권에 해당한다면 거래할 때마다 자본시장법 위반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거래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증권으로 분류된 가상자산은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원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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