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외부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외부 모습. 사진=한경DB
최근 5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이 금융감독원에 불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코인 거래소 실무진이 아닌 대표단을 한 데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 안에서 규율하려는 당국의 움직임이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22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오후 2시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대표들을 초청해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작년 8월 임명된 김병칠 전략감독부문 부원장보가 직접 이들 대표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선 김 부원장보를 비롯해 안승근 기업공시국장, 김부곤 디지털금융혁신국장, 안병남 디지털금융혁신국 디지털자산연구팀장 등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5대 원화거래소를 회원사로 둔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의 김재진 상임부회장도 참석했다.

소집 배경을 두고 금감원 측은 "그간 업계와 감독당국의 직접적인 만남이 없었던 만큼, 상견례 성격의 회동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감원의 피감기관이 아니지만,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허용된 만큼 사후문제 관리감독 차원에서 거래소들과의 업무상 접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처럼, 국내에서 공모 발행됐거나 시중에서 거래 중인 디지털자산이 증권으로 판명될 경우 발행인 등이 제재대상이 된다. 금감원은 이 가이드라인 발표에 맞춰 학계와 연구계, 증권업계 등으로 꾸려진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도 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검사·감독할 수 있는 지위는 아니어서 소집하기까지 조심스러웠다"면서 "디지털자산이 증권으로 판명될 경우 자본시장과 결부된 여러 문제점들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 봤고, 실제로 여러 언론을 통해 '대다수 코인이 상장폐지되는 것 아니냐'하는 등의 추측이 많았다. 이에 직접 거래소 대표들을 불러 제재 조치와 관련된 감독원의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이기 때문에, 시장 불안이나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금감원이 나설 필요가 있다"며 "대표적인 5대 거래소들의 경영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듣고, 투자자 보호를 당부하려고 만든 자리"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아직 가상자산 업권법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국회 논의 테이블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거래소들의 자율규제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기도 했다. 당국에 따르면 증권이 아닌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 증권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따라 규율체계가 마련될 전망이다.

또 다른 금감원 고위급 관계자는 "업권법의 진도가 느리니 법 도입 전까지는 투자자 보호에 문제 없게끔 자율규제를 잘 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대표단 첫 소집이었던 만큼, 업계도 이번 간담회가 당국과 업계간 상견례 성격이 짙었다고 보고 있다. 한 원화 거래소 임원은 "토큰증권이 자본시장의 큰 화두여서 갖은 우려도 동반되고 있으니, 억측이나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보도가 양산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국은 특정 현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보다 업계 이슈들을 두루 짚었고, 앞으로 자주 만나면서 소통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