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권도형 기소… 가상자산 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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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체포 하루 만에 범죄인 인도 청구
美·싱가포르도 권씨 송환 절차 돌입
현지 법원은 구금 30일 연장 명령
권씨 법적대응 전망 등 ‘산 넘어 산’

법원 ‘테라·루나’ 증권 판단 땐
알트코인 무더기 퇴출 후폭풍
4월 리플 ‘증권성 소송’에 촉각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신병 확보에 나섰다. 미국과 싱가포르 또한 각각 자국 내 현행법 위반을 이유로 권씨의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3국이 권 대표 송환을 경합하고 있는 탓에 국내 송환 여부가 불투명하다.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오른쪽)가 24일(현지시간) 두 손을 뒤로 결박당한 채 현지 포드고리차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그는 전날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다 붙잡혔다. 포드고리차=AP뉴시스
26일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씨를 상대로 지난 24일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권씨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연방검찰도 권씨를 증권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하고 뉴욕으로 송환을 요청했다.

범죄인 인도는 특정 국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국가로 도주한 이의 신병을 외교상 절차를 통해 인도받는 것을 뜻한다. 몬테네그로는 물론 한·미 모두 ‘유럽 평의회 범죄인 인도 협약’ 가입국이기에 한·미 양국 모두 몬테네그로 측에 범죄인 인도 요청이 가능하다.

이처럼 복수 국가가 범죄인 인도를 두고 경합하는 상황에서 권씨의 국내 송환 여부는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법상 피의자를 체포한 국가가 송환 국가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어서다. 통상적으로 피의자 체포에 기여하거나 범죄인 인도를 먼저 요청한 국가, 피해자가 가장 많이 속해 있는 국가가 우선 송환국으로 고려된다. 피의자의 국적국, 피의자 범죄수익 환수 및 처벌 가능성 등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우리 정부 또한 몬테네그로 측에 권씨의 국적이 한국이라는 점을 들어 신병 확보 우선권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형사사건에서 미 당국이 한국보다 자산 압류 권한이 더 큰 만큼, 미국이 권씨의 자산을 먼저 확보한 뒤 한국에 일부 공여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몬테네그로 현지 법원 결정이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송환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체포됐다. 공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현지 법원 판단이 이뤄진 뒤 범죄인 인도와 관련된 심리가 시작된다. 권씨가 현지 법원 판단에 법적 대응할 가능성도 있고, 신병 인도 결정에 대해서도 맞소송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권씨는 자신과 측근 한모씨에 대한 구금기간을 최장 30일 연장하라는 현지 포드고리차의 법원 명령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라고 현지 일간 비예스타 등이 전했다. 권씨 측 변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의뢰인들은 (구금 기간 연장 관련 피의자 신문에서) 모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해 제기된 혐의에 제대로 답변조차 할 수 없었다”며 “정해진 기간 내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권도형 기소에 가상자산 업계 ‘초긴장’
 
“가상자산은 상품인가, 증권인가.”
 
지난해 ‘테라·루나’ 가상자산 폭락 사태 후 행방이 묘연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고 미국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한국 검찰도 그의 송환을 추진 중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그의 법적 처벌 여부가 업계 향방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가상자산은 일종의 상품으로 각종 제재를 피해갔으나 국내외 법원이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판단하면 상당수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은 미등록 증권으로 규정돼 잇따른 상장폐지 위기를 겪게 될 수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권씨의 테라폼랩스는 2019년부터 달러와 일대일 가치를 갖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와 그 가치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루나를 발행했다. 그 과정에서 테라USD의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토큰을 양산했는데 특히 앵커프로토콜(ANC)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투자자를 유치했다. 앵커프로토콜은 달러 가치와 동일한 테라USD를 예치(스테이킹)하면 연 19% 수준의 이자를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테라·루나 가격이 99% 폭락하면서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했다.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권씨와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SEC는 투자자들이 공동의 사업체에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대로 투자한 점을 근거로 테라·루나를 무등록증권으로 판단했다. 탈중앙화로 설계된 비트코인과 달리 알트코인은 발행자가 특정돼 있고 각각의 사업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권씨 체포소식이 알려진 뒤 SEC의 제소를 받아 증권 사기와 시세조종 공모 등 등 총 8개 혐의로 권씨를 기소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을 일종의 투기 상품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증권은 ‘투자자가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하고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계약을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권씨와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립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유 중 하나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들었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법리상 다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관련 법안도 국회에서 수년간 계류 중이다.
 
권씨에 대한 국내외 사법부 판단 관건은 가상자산을 어디까지 증권으로 보는지에 달린다. 지난 2년간 지속해온 SEC와 리플의 소송결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음 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미국 재판부 판단에 따라 알트코인 제재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투자상품 포괄주의는 금융시장의 원칙”이라며 “리플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은 국내에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굉장한 참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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