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위클리 마켓 이슈] SVB 사태로 비트코인 각광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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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전통 은행 시스템 대안으로 떠올라

연준 속도조절 시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 부각

유럽발 금융위기 전이되면 '크립토 윈터' 우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소화한 만큼 이번주 금융시장은 미국과 유럽 은행의 유동성 문제와 경기 흐름에 관심을 두고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딧스위스(CS) 사태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재부각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주 열린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5bp 금리 인상과 함께 점도표에서 올해 최종금리 목표값을 5.1%(중위값)로 유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안정 의지를 재확인하고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최근의 금융불안이 가져올 긴축 효과를 염두에 두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유동성 축소와 수요 둔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번 은행 사태가 대출 제약과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연준은 은행 불안이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고 풀이했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 흐름이 마무리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신용 및 펀더멘털 이슈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은행 유동성 불안이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산하지 않을 거란 전제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유동성 부족과 고금리에 비용 부담이 커진 은행 및 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수시로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VB 사태 이후 미국의 지방 및 중소 은행은 예금인출 우려가 잔존하고 있으며, 유럽은행은 CS의 신종자본증권(AT1) 상각 결정 이후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민간 부문의 신용 창출 제약뿐만 아니라 수요 둔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지나친 비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 불안이 제기된 게 문제"라며 "취약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저금리로 너무 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해온 산업이나 기업, 가계를 중심으로 한 조정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글로벌 은행 위기에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과 미국 성장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는 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헷징(위험 회피) 수단이자 전통 은행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세미나에서 "SVB 사태 이후 비트코인과 나스닥의 상관계수는 떨어지고, 금과의 상관 계수는 증가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과 같은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은행 위기에도 디지털 자산과 미국 성장주 상승 [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이 지난해와 올해(3월 17일 기준) 주요 자산 수익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지난해 -70.2%, 올해 +52.2%의 수익률을 보였다. 미국 성장주도 지난해 -33.1%, 올해 +11.1%로 타 자산 대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에서 뱅크런의 시작은 실리콘 밸리 기업의 자금 인출이었다"며 "자유로운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과 네트워크 신뢰도 측면에서 전통 은행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비트코인, 혹은 금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 내 업종·종목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 예상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방어주 대신 현금이 많고 성장성이 담보된 대형 우량주를 더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현금이 많고 성장성이 담보된 기업들과 하이일드기업·흑자전환 구간에 진입하지 못한 스타트업 간의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권 불안이 국지적으로 끝나면 디지털자산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 침체를 의미하는 '크립토 윈터'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교수는 "현재 뱅크런이 중소은행 붕괴 정도에서 멈추고 유럽발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는다면 디지털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면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헷지 기능을 가진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이 오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그는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위험회피 심리가 커져 위험자산 가격 폭락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형은행 붕괴까지 이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며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함께 붕괴되고, 디파이 시장의 연쇄 마진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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