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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금 가능해진 이더리움 … 자산가치 쑥쑥 늘어날까

최근도 기자
입력 : 
2023-04-21 16:24:56
수정 : 
2023-04-21 19: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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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이더리움 투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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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의 시간이 왔다."

이더리움(ETH) 투자자들이 간만에 웃었다. 지난 12일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 가격이 15%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주 들어 가상자산 고래(고액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나오면서 상승세를 상당수 반납했지만, 올해 초부터 이어진 비트코인(BTC)의 상승 랠리에서 숨죽이고 있던 이더리움이 드디어 움직였다. 비트코인발 하락에 다소 영향은 받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샤펠라 업그레이드는 상하이(Shanghai)와 카펠라(Capella)의 합성어다. 이더리움은 이번 샤펠라 업그레이드를 통해 예치(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을 출금할 수 있게 됐다. 이더리움2.0이 업그레이드되는 동안 투자자들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예치한 이더리움을 인출할 수 없었다.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예치자들은 두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부분인출과 전체인출이다. 이더리움은 기본적으로 32개의 ETH를 모아서 예치해야 한다. 32개가 최소 단위로, 현재 이더리움 가격(250만원대)을 고려하면 8000만원이 필요하다. 이더리움을 예치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검증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분인출은 이 32개의 최소 단위는 두고 이자만 인출하는 것이고, 전체인출은 전액을 다 빼는 것이다.

샤펠라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투자자들이 예치한 이더리움을 대규모 인출하면서 이로 인한 매도 압력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인출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인출 요청은 이더리움 한 블록당 16개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이더리움 한 블록이 현재 12초마다 생성되는 걸 감안하면 하루엔 11만5200개 정도의 인출 요청이 접수될 수 있다. 또한 하루에 인출할 수 있는 잔액도 제한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리서치에 따르면 이를 최대한으로 계산해도 모든 물량이 인출되는 데는 1년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코빗리서치는 "ETH 물량이 인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많은 물량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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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더리움은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누적 예치량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전인 4월 4일부터 11일까지는 약 11만개의 이더리움이 예치됐지만 4월 12일부터 19일까지는 약 60만개의 이더리움이 예치됐다. 같은 기간 예치된 물량이 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예치되는 이더리움과 출금되는 양도 점점 반전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파섹에 따르면 업그레이드 직후인 지난 15일에는 하루에 예치되는 이더리움이 3만9000개인 데 반해 출금량이 39만5000개일 정도로 출금 우위적 흐름이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17일부터 입금 9만개, 출금 6만5000개로 입금량이 더 많아졌다.

이더리움은 실제 지난 16일에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270만원대를 기록하며 올해 신고점을 경신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이더리움이 지속적으로 예치 상태가 된다면 매도 압력이 줄어들어 장기적 관점에서 이더리움 가격에 긍정적이다.

이더리움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서 유동성 스테이킹 파생상품(Liquid Staking Derivatives·LSD)도 주목받고 있다. LSD 플랫폼은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쉽게 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앞서 말했듯 이더리움은 스테이킹을 위해 최소 32개의 ETH를 한 번에 예치해야 한다. 개인이 32개의 단위를 맞추는 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LSD다. LSD 플랫폼들은 샤펠라 업그레이드 전까지는 사용자들이 ETH를 맡기면 증표를 발행했다. 사용자들의 ETH를 모아서 스테이킹을 운용하는 이들 또한 ETH를 인출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LSD 플랫폼들은 ETH를 나중에 되돌려줄 것이라는 일종의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ETH를 인출하길 원하면 이 채권을 시장에 팔고 ETH를 사서 돌려줬다.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에는 ETH를 돌려줄 수 있게 됐다. 여전히 ETH의 인출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증표를 발행하긴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안전해진 셈이다. 예전에는 ETH의 인출이 전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한 번에 ETH를 인출하려고 몰리면 대량의 증표를 내다 팔고 ETH를 사야 했다. 증표의 가격은 떨어지고 ETH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뱅크런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에는 느리긴 해도 ETH를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뱅크런의 위험성이 크게 줄었다.

LSD는 자본 효율성도 높여준다. 이더리움 자체의 가격 상승도 기대되기 때문에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고 장투로 가져가면서 이더리움에서 오는 이자에 더해 채권과 같은 증표를 기초자산으로 다시 운용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LSD 플랫폼의 예치량도 늘었다. 가상자산 분석 업체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1위 LSD 플랫폼 리도(LDO)의 예치량은 3200억원(1.98%) 증가했다. 2위 플랫폼인 코인베이스는 미국 정부의 스테이킹 규제로 900억원(2.91%)가량 줄었지만 3위 로켓풀(RPL)은 750억원(5.63%), 프락스(FXS)는 543억원(13.25%) 늘었다. 이 중 중앙화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들은 거버넌스 코인이 존재한다.

LSD 플랫폼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고, 이들 플랫폼이 발행한 거버넌스 코인에 투자할 수도 있다. LSD 플랫폼에 투자하려면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 메타마스크와 같은 가상자산 지갑을 설치하고, LSD 플랫폼별 홈페이지에 들어가 직접 이더리움을 예치해야 한다.

이 같은 방법이 어렵고 위험하게 느껴진다면 업비트나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LSD 플랫폼의 거버넌스 코인인 로켓풀이나 앵커(ANKR) 등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LSD는 말 그대로 파생상품이어서 위험성이 높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4위 LSD 플랫폼 프락스의 거버넌스 코인 'FXS'는 지난 19일 비트코인이 4%대 하락하는 사이에 12%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LSD 직접 투자나 거버넌스 코인 투자 모두 위험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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