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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보이스피싱' 소송…계좌제공 '은행' 첫 패소 사례 나왔다

원고, 케이뱅크·두나무 상대 소송…피해금액 5억1510만원
케이뱅크 책임만 인정한 재판부…1억5450만원 중 일부청구 인용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박소은 기자 | 2023-07-19 06:10 송고 | 2023-07-20 07:14 최종수정
케이뱅크 본사 전경(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 본사 전경(케이뱅크 제공)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 원화계좌를 제공하는 은행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해 패소한 첫 사례가 나왔다. 국내 1위 업체인 업비트에 원화계좌를 제공하는 케이뱅크는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19일 법조계 및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케이뱅크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일부 의견을 받아들여, 피고인 케이뱅크 측에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사건의 전말은…19일간 14억5000만원 상당 비트코인 이체

앞서 피해자는 지난 2021년 8월3일부터 성명불상자의 보이스피싱 관련 전화를 받은 뒤 당일 업비트와 연동된 케이뱅크 계좌에 입금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날부터 피해자는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해서 8월21일까지, 당시 약 14억5150만원에 달하는 37.93983비트코인(BTC)을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로 14차례 이체했다.
다만 피해자의 계좌에서 마지막으로 범죄 계좌로 비트코인이 이체된 날은 21일인데, 피해자는 그 전날인 20일날 오후 12시30분경 금융감독원에 보이스피싱 내용을 신고했다.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의 통장계좌는 케이뱅크에 의해 당일 오후 3시34분경 거래정지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이후 케이뱅크와 두나무 간 핫라인 오류로 인해 그 다음날인 21일날에도 피해자의 계좌에서 당시 약 5억151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보이스피싱 계좌로 송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이 부분에 대해 '두 회사 간의 핫라인 오류로 인해 피해 금액이 늘어났다'라며 해당 책임을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에 물었다.

◇피해 책임은 케이뱅크에만 왜?…"두나무에 '신고 알림 통보' 증명 못해"

판결문 내용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0일 업비트와 연동된 피해자의 케이뱅크 계좌를 거래정지 조치한 뒤 오후 3시48분경 피해자에게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에 의해 이 사건 통장계좌가 지급정지됐다'라는 알림메시지를 발송했다.

이후 케이뱅크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당일 오후 4시10분경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에게 해당 사건의 통장계좌를 특정해 '전기통신금융사기 신고 알림'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 케이뱅크와 두나무 간에는 의견차가 존재했다. 두나무는 해당 계좌와 관련한 전기통신금융사기 신고 알림을 23일 오후 8시27분경에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케이뱅크가 주장한 시점과는 3일하고도 4시간17분이 지난 시점이다.

법원은 케이뱅크가 주장하는 시점에 케이뱅크가 두나무에 해당 신고 알림을 전송했다는 내용이나 두나무에서 이를 수신했다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케이뱅크 측의 주장을 들어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보이스피싱피해자가 주장한 피해 관련 책임을 양 사가 아닌 케이뱅크에만 물었다.

다만 재판부는 케이뱅크의 조치 소홀로 인한 피해 배상의 책임이 있으나, 원고 측이 '알림메시지 내용의 파악 전 비트코인 구매 등의 조치를 취한 점' 등을 들면서 케이뱅크 측에는 21일날 피해자의 업비트 계좌에서 빠져나간 5억1510만원 상당의 피해금액 중 손해배상액으로 1억5450만원을 피해자에게 물게 했다. 재판부는 이 중 원고가 희망한 일부청구 금액인 5000만원을 인용했다.

◇업비트와 케이뱅크 핫라인, 지금은 괜찮나…"2022년부터 자동화"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케이뱅크 측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긴밀한 핫라인을 구성해 원활한 서비스 협업 체계를 갖췄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해당 판결문의 내용에 따르면 양사의 핫라인에는 서로 간의 핫라인 발송과 수신의 시점이 다르듯 허점이 존재한다.

결국 양사는 이를 보완하고자 2022년부터 보이스피싱 등 범죄 신고와 관련해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업비트 관계자는 "지난 2022년 두나무와 케이뱅크는 보이스피싱 발생 시 자동으로 '보이스피싱 계정'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케이뱅크 및 업비트 계정)을 동결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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