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내놓은 암호화폐 클링, 좌초 가시화...수십억대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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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11. 오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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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가 부활을 위해 내놓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클링이 좌초 상태에 빠진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모 회사격인 싸이월드는 현재 접속 불가 상태이며 클링 홈페이지도 서비스가 중단됐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를 포함한 싸이월드, 클링 관계자들도 모두 연락 두절 상태로 파악된다. 삼성을 포함해 싸이월드가 유치한 투자금과 코인제스트에서 거래되는 클링을 포함해 수십억원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싸이월드 영업중지 가시화 “이달 초부터 접속 불가"

싸이월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시점은 사실 꽤 오래 전부터다. 싸이월드는 전제완 전 프리챌 대표가 지난 2016년 인수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삼성벤처투자에게 약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그에 걸맞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이에 지난해 8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싸이월드를 3세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암호화폐 클링을 발행할 계획"이라며 블록체인 업계 입문을 예고했다. 싸이월드 내에서 기존 사용하던 코코넛(구 도토리)을 암호화폐로 부활 시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음과 동시에 글로벌 SNS로 거듭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새로운 도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은 많았다. 플랫폼의 기능이 한계를 보인 상황에서 암호화폐를 도입한다고 다시 살아날 수 있겠냐는 우려에서다. 동시에 싸이월드가 내놓은 클링의 백서 역시 과거 싸이월드의 명성과 다르게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클링의 백서를 분석했던 암호화폐 분석가 A씨는 "싸이월드는 전 도토리이자 현 코코넛을 포인트 식으로 이용해 미니홈피 중심의 모든 활동을 보상해주고 이것을 클링으로 교환해 현금화할 수 있는 토큰 이코노미를 구상했다"며 "이 자체만으로도 암호화폐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코코넛을 모아 자체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주든지 현금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이 더 좋을 텐데 굳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가입해 판매까지 거치는 허들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예고된 클링의 약세에 싸이월드는 점차 무너졌다. 전 대표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자금난을 밝히며 올해 초부터 마지막 개발을 위한 추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싸이월드 3.0의 클링을 통한 부활과 해외 투자를 통한 극복의 시나리오도 밝혔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 역시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부터 발생했던 싸이월드 홈페이지 서버 오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싸이월드 영업 중지가 가시화된 모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 일주일 전부터 싸이월드 웹에 접속이 안 됐었다"면서 "약 3일 전부터 모바일 앱도 접속만 되고 내용에 접근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싸이월드 홈페이지와 함께 클링 홈페이지 역시 접속 장애 현상을 보인다. 11일 오후 3시 기준 클링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만 나오고 있다. 모 매체에 따르면 다음주 임원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조차도 100% 신뢰하긴 어려운 상태다.

“클링 거래 중단 검토 중" 투자자 손실 우려

싸이월드의 영업 중단이 가시화됨에 따라 암호화폐 클링의 거래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싸이월드 암호화폐 클링(CKCT)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디스트리트 취재 결과 코인제스트에서는 클링의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제스트 홍보담당자는 거래 중단 가능성에 대해 묻자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현재 관계자가 연락이 되지 않아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부재하고 지속적인 서비스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거래를 중단한다는 설명이다. 싸이월드 영업중단에 대해서는 “우리는 전혀 몰랐다”면서 “심지어 출금 지연 등 시스템 에러 문제로 지난주 금요일에도 클링 프로젝트 측에서 연락이 왔었다”고 선을 그었다.

클링은 2019년 1월 코인제스트 거래소공개(IEO)를 거쳐 거래가 시작됐지만 그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IEO는 1월 7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투자자 보호라는 이유 하에 한 차례 연기돼 11일 진행됐다. 판매 수량도 가격 안정성 및 클링 가치 제고를 이유로 기존 50억원 규모에서 10억원 수준으로 줄이기도 했다. 결국 당시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IEO에서 판매된 클링 수는 약 2423만개로 총 5000만개 중 48.46%에 그쳐 싸이월드의 암호화폐라는 명성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오후 1시 기준 클링은 코인제스트에서 0.83원에 거래되고 있다. IEO 당시 가격의 5%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제스트에서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거래 중단이 가시화될 경우 클링 보유자들의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소유주 있는 블록체인, 신중히 검토해야"

클링 프로젝트가 좌초된 것에 대해 블록체인,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예견된 사태였다고 입을 모은다. 클링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저를 제안받았으나 고사했던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싸이월드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도록 인공지능 기반의 음악 맛보기 서비스 제공 등 차별화 전략을 제안한 바 있다”며 “ 클링을 제2의 도토리처럼 사용하면 좋으나 증권 성격을 지니면 위험하다고 권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클링도 클링이지만 싸이월드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역사적 기록물이 사라지는 것은 국민적 손실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 B씨도 “삼성 투자 외에는 명확한게 없어서 거래 검토도 하지 않았다”면서 “컨텐츠 기반이라 시장성이 좋다고 말하지만 기술이나 유통, 비즈니스모델 부분 등에서 명확한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 블로거도 “처음부터 사기성 프로젝트라고 생각해 분석도 하지 않았다"며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의 정보를 공시하는 쟁글의 한 관계자는 “갑자기 영업 중지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 거래소 등 암호화폐 거래 이해관계자들이 사전에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잘 진행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정보 제공도 충실하지만 클링은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중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직접 개발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얘기는 사건의 핵심을 짚고 있다.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사의 C씨는 “클링 사태는 대표적인 소유주가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페이스북의 리브라나 카카오의 클레이튼처럼 ‘누가’ 만들었는지에 집중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기업 브랜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에는 근본적으로 리스크 분산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현재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는 대부분의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는 그렇지 못해 리스크를 많이 안고 있는 상태”라며 “이는 업계의 본질적인 한계”라고 밝혔다.

[김세진 / 이지영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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